"1987년 억울하게 죽어간 박종철에 대한 고문치사 사건 은폐·조작에 관여한 주역, 대법관이 될 자격이 없다"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59·사법연수원 11기)의 과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담당 검사 경력을 두고 임명을 반대하고 나섰다.
서울변회는 4일 성명서를 내고 신영철 대법관(61·사법연수원 8기)의 후임으로 지명된 박 후보자에 대해 "1987년 억울하게 죽어간 박종철에 대한 고문치사 사건의 은폐와 조작에 관여한 주역으로, 대법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여 관계기관대책회의의 뜻에 따라 사건을 축소했다"면서 "박 후보자는 서울지검 검사로 재직하면서 1차, 2차 검찰 수사에 모두 참여한 바 있다. 즉 직무를 유기하고 사건을 축소한 데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라고 비판했다.
또 "박 후보자는 고문을 당한 끝에 억울하게 죽어간 한 대학생의 가해자와 그 가해자를 숨기려는 시도를 알면서도 스스로의 책임을 방기했다"면서 "스스로의 부끄러운 행동을 제대로 사과한 적도 없다. 대법관의 자질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1987년 1월13일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이 불법 체포돼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돼 조사관들로부터 가혹한 폭행, 전기고문, 물고문을 당한 끝에 숨진 사건이다. 검찰은 당시 사건을 축소·은폐하기에만 급급해 이 사건에 가담한 최소한의 책임자만을 기소했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고문경찰관 3명 더 있다”는 폭로 이후에야 가담자를 추가 기소하는 등 외압에 굴복해 헌법과 법률에 부여된 수사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않았다.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관계기관대책회의 은폐·조작 의혹’에 대한 결정문에서 "검찰은 사건의 진상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직무를 유기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다가 국민에게 은폐사실이 폭로된 이후에야 추가 공범을 포함 치안본부 관계자 등 은폐에 가담한 책임자를 최소한만 기소해 결과적으로 관계기관대책회의의 부당한 개입을 방조하고 은폐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가는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헌법과 법률로 부여된 수사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못한 점을 유족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 검찰이 헌법에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었음에도 권력층의 압력에 굴복해 진실 왜곡을 바로잡지 못한 점을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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