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정부 '메이크 인 인디아'. 고질적 관료주의와 기반시설 미비 해결이 관건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가 '인도에서 만들자'(Make in India)라는 구호 아래 추진하는 제조업 육성 정책에 인도 국내외 기업들이 잇따라 호응하고 있다. 그러나 모디 정부의 제조업 드라이브가 탄력을 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제조업을 육성하려면 고질적인 관료주의를 철폐하고 사회기반시설을 갖추는 등 만만치 않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스마트폰 공장 잇단 확충= 인도 언론매체 이코노믹 타임스는 최근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투자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대기업인 스파이스 그룹은 유타프라데시주에 50억루피(약 890억원)를 투자해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노이다주 스마트폰 공장 건설에 52억루피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이코노믹 타임스는 보도했다.
스파이스 글로벌 그룹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인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시장에서 이동통신, 금융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인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 라바 역시 노이다에 신설한 공장에서 4월부터 조립을 시작할 예정이다. 라바는 또 앞으로 3년 이내에 50억루피를 들여 다른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인도 휴대전화협회의 판카지 모힌드루 회장은 “메이크 인 인디아와 디지털 인디아 캠페인이 관련 정책이 정비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고 있다”며 “많은 업체들이 인도에서 제조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타프라데시를 비롯한 여섯 개 주 정부는 자체 전자시스템 설계·제조(ESDM) 정책을 수립해 추진한다. ESDM은 중앙 정부와 함께 제조업 기반을 건설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며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 투자 유인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유타프라데시 외에 안드라프라데시, 마하라슈트라, 구자라트, 마디야프라데시, 라자스탄 등이 ESDM 정책을 추진한다.
시장조사업체 IDC 인디아의 선임 애널리스트 카란 태카르는 “중앙 정부와 주 정부가 효과적으로 정책을 실행하면 국내 제조업이 대규모로 견인될 것”이라며 “중국에 비해 저렴한 노동력도 한 요소로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동차·철강 설비 증설=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스즈키는 구자라트주에 3개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코노믹 타임스는 스즈키가 메이크 인 인디아 프로그램에 따라 도합 연산 75만대 규모인 3개 공장을 신설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스즈키는 300억루피를 투자한 첫 공장을 2017년 중반에 가동해 연간 25만대 생산할 예정이다.
스즈키가 인도 마루티 우디오그와 합작해 설립한 마루티 스즈키는 인도 자동차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루티 스즈키는 중기 생산 목표를 연간 200만대로 잡았다.
지난달 말 착공식에서 스즈키 오사무(鈴木修) 스즈키 회장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프로그램에 따라 우리는 여기 구자라트주에 생산성과 효율에 초점을 맞춘 최신 생산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즈키 회장은 이어 “구자라트주에 새 제조설비를 갖추는 것은 스즈키에 새로운 시대의 출발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구자라트주에 220억원을 투자해 연간 11만t의 철강을 가공할 수 있는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하순에는 마하라슈트라주에 냉연공장을 준공했다. 포스코는 약 7억달러를 투자한 이 공장에서 지난해 6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냉연제품 180만t을 생산해 GM, 폴크스바겐, 타타, 마힌드라&마힌드라 등 자동차 제조업체에 공급한다.
◆ 제조업 GDP 15% 목표= 모디 정부는 제조업을 키운다는 정책 기조를 잡았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수준인 제조업 비율을 2022년까지 25%까지 끌어올리고 1억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메이크 인 인디아 캠페인을 지난해 9월25일 시작했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이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자국을 제조업 허브로 만들 구체적인 정책을 취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12월29일 뉴델리에서 메이크 인 인디아를 실행하기 위해 하루 일정으로 국가 워크숍을 개최했다. 모디 총리는 이날 워크숍에서 “우리는 이 로드맵으로 전진해야 한다”며 “정부 기구 정비를 마쳤고 이제 법과 제도를 개정해 절차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모디 정부가 제조업 투자를 본격적으로 일으키려면 악명 높은 인도의 관료주의와 부패를 근절해야 한다. 홍콩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의 2013년 조사에서 인도의 관료주의는 아시아 12개국 중 최악으로 꼽혔다.
니르말라 시타라만 통상산업장관은 워크샵에서 산업정책진흥부와 함께 관료주의의 폐단을 철폐하고 제도를 단순화하고 사업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 언론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최근 “모디 정부의 반부패 정책이 거둔 성과에 대한 인도 국민의 반응은 미온적”이라며 “12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5%는 차이가 없다고 답했고 8%는 상황이 악화됐다고 느낀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SOC 부족 등 난제 첩첩= 제조업이 돌아가는 데 필수적인 인프라스트럭처 확충도 과제다. 인도는 전력이 부족하고 고속도로·철도·항만·항구가 미비한 실정이다. 모디 정부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끌어들여 기반시설을 갖춘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주요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 한도를 완화했다. 보험의 경우 외국인 지분 상한을 26%에서 49%로 높였다. 고속철도 사업은 100% 개방했다.
모디 정부는 아울러 지난해 말 대규모 개발 사업을 가로막고 있던 토지수용 규정을 완화했다. 도로·철도, 농촌 기반시설, 안보·국방 시설, 주택단지 건설 등의 사업을 위해 토지를 수용할 때에는 주민 사전 동의와 사회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게끔 했다. 종전에는 주민 80% 동의를 받아야 했다.
한계는 토지수용 규제 완화가 모디 총리의 행정명령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행정명령이 지속적인 효력을 가지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은 하원 의석의 52%를 갖고 있지만 상원에서는 전체 의석의 18%밖에 갖고 있지 않아 법령 개정이 쉽지 않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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