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 직급 4단계로 축소
영업조직, 현장 중심으로 배치
60세 정년제로 직원 사기 높여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불황이 장기화되자 유통업계가 대대적인 조직개편 카드를 꺼내들었다.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직급을 축소하는 한편 영업조직은 현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최근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직급을 기존 6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했다. 기존 사원-주임-대리-과장-부장-수석부장으로 나뉘었던 직급이 팀장을 중심으로 한 4단계로 간소화되면서 의사결정 과정이 훨씬 빨라지게 됐다.
호칭도 일괄 '파트너'로 통일해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역할 중심으로 조직체계를 재편해 '팀장'을 제외하면 모두 파트너라는 호칭을 쓰게 되는 것이다.
승진방식도 기존 직급이나 연차에 우선 순위를 뒀던 것에서 능력이 우수하면 누구나 파격적으로 발탁될 수 있도록 성과주의를 확대했다. 특히 이마트의 경우 고졸, 초대졸 공채인 CA일반직군과 대졸 공채 출신들인 공통직군 모두에게 똑같이 승진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과거에는 CA일반직이 팀장이나 점장으로 승진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유통은 다른 업계와 달리 학력보다는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성과가 발휘되는 측면이 강하다"며 "승진 기회를 동일하게 제공해 조직이 더욱 효율화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이보다 앞서 올 초 효율성 강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선보였다. 먼저 롯데그룹은 임원직급 중 이사와 이사대우를 폐지해 '사장-부사장-전무-상무-상무보' 5단계로 줄였다. 롯데백화점은 기존 '본부장-부문장-MD팀장-CMD(선임상품기획자)-MD(상품기획자)'의 5단계로 나뉘어 있던 직급을 '본부장-부문장-Chief Buyer(수석바이어)-Buyer(바이어)' 4단계로 축소, 의사결정 과정을 신속화했다.
이처럼 관리조직은 슬림화한 반면 현장조직은 더욱 세분화했다. 영업팀장을 없애고 플로어장을 도입한 것이 핵심이다. 기존 영업팀장은 잡화팀장, 여성팀장 등 상품군에 따라 분류돼 한 명이 혼자 3~4개 층을 관리하는 등 업무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각 층별 플로어(Floor)장을 도입, 과거보다 두 배가량의 인원이 현장으로 증원 배치됐다.
상품본부 역시 1본부와 2본부로 분리해 식품 및 생활가전부문을 별도의 본부로 구성했다. 최근 백화점들이 프리미엄 식품관 강화에 나서는 등 이 분야 고객들의 니즈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또 상품군 분류도 기존 84개에서 120개로 세분화했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최초로 첫 여성 백화점 점장을 배출하는 등 승진 기회도 대폭 넓혔다. 올해 첫 여성점장을 맞은 점포는 관악점과 안산점으로, 이 자리에 오른 이민숙 점장과 이주영 점장은 현장에서의 운영능력을 높이 인정받았다.
유통업체들은 불황 타개를 위해 '현장경영'을 중심으로 새 판을 꾸리는 한편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줄 '당근'도 마련했다.
신세계그룹은 올 3월부터 정년을 60세로 조기 연장하고 누적식 연봉제를 도입해 임금 안정성을 강화했다. 누적식 연봉제는 전년의 연봉이 계속 누적돼 인사고과 등급이 하락해도 연봉은 계속 상승하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홈쇼핑과 롯데알미늄, 롯데제과, 롯데건설 등이 임직원 정년을 만 60세로 조기 연장했다. 다만 롯데백화점 등은 법제화 시기에 맞춰 내년에 정년을 만 60세로 늘릴 계획이다. 이외 현대백화점은 이미 1988년에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했고 홈플러스도 지난 2011년 직원 임기를 60세로 늘렸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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