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높은 신흥국으로 자금 유입 가시화 예상…한국은 매력도 떨어져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양적완화를 시행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신흥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ECB의 발표 이후 신흥국 시장의 강세를 전하며 이같이 예상했다. 이날 ECB의 양적완화 발표에 신흥국 증시도 일제히 들썩였다. MSCI 신흥시장 지수는 0.76% 상승했다. 러시아 MICEX 지수가 3% 급등했고 폴란드·헝가리 등 동유럽 신흥국 증시도 일제히 뛰었다. 프랑스은행 소시에떼제네랄은 "향후 신흥국 자산 가격이 견실한 랠리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화 가치가 내리면서 고금리 신흥국 통화에 투자하는 캐리트레이드 역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도 루피·터키 리라·남아공 랜드 등 신흥 통화 매수는 2.6% 늘어났다. 유로로 자금을 조달해 신흥국 통화를 사들이는 유로 캐리트레이드는 지난해 26% 증가했다. 소시에떼제네랄은 향후 거래량 증가세가 더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해 최악의 성적을 낸 러시아 루블화가 유럽 양적완화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루블은 이날 달러 대비 2.2% 올랐다. 세계 1위 원유 수입 지역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디플레이션을 탈출한다면 이는 결국 러시아산 원유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유럽의 돈 풀기는 신흥국 채권시장에도 희소식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 국채 금리는 제로(0)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그러나 신흥국 국채의 평균 금리는 6.1%다. 브라질의 2년물 국채 금리는 12.4%나 된다.
영국 애버딘 자산운용의 빅터 스자보 펀드매니저는 "유럽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결국 신흥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둔화 국면이 뚜렷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리인하 러시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터키·인도·페루 등은 이미 최근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췄다. 독일 은행 코메르츠방크는 동유럽 국가들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추정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사이먼 퀴자노 에반스 신흥시장 담당 조사 책임자는 "폴란드와 헝가리는 기준금리가 모두 2%대"라면서 "유로존의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간 점을 감안하면 동유럽 국가들이 2%포인트 이상의 금리격차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자금 유입세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신흥국은 주로 금리가 높은 국가들이라고 지목했다. 한국·이스라엘 등 금리가 낮아 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가들은 투자 매력도가 높지 않다는 예상도 내놓았다.
한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전날 펴낸 보고서에서 3년간 부진했던 신흥국 증시가 올해 다시 랠리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지난해 4.87% 떨어지면서 3년 연속 하락했다.
블랙록은 그러나 여전히 세계 경제 성장의 대부분이 신흥국에서 나온다는 점, 신흥시장의 사회·경제적 펀더멘털에 비해 증시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점을 들어 신흥국 시대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25년 동안 MSCI 신흥시장 지수가 3년 연속 하락한 때는 지난 1999~2002년 한번 뿐이었다. 그러나 이후 신흥국 증시는 반등에 성공해 금융위기 전인 2007년까지 랠리를 보였다. 올해에도 이런 시나리오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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