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연,외교부 주영국대사관·휴스턴총영사관 분석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석유수출국기구(OPEC) 중심의 산유국과 미국 셰일오일 개발업체 간의석유시장 주도권 싸움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다.OPEC의 손실감수로 40달러대 후반까지 떨어진 국제유가는 오는 6월 이후에는 60~70달러대까지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에 비해 배럴당 2.30달러(4.7%) 하락한 46.3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또 런던 ICE유럽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70센트(1.43%) 내려간 48.14달러 선에서 거래가 형성돼 50달러를 밑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와 내년 전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게 이날 유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IMF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예측치를 각각 3.5%와 3.7%로 전망했다. 이는 종전보다 각각 0.3%포인트씩 낮춘 것이다. 또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이 7.4%로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도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 이어지는 저유가의 근본 원인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PEC회원국과 미국 셰일오일 개발업체 간 석유시장 주도권 싸움이 꼽힌다.
민간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장지향 박사는 "미국 셰일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려 유가 하락을 촉발시키자 OPEC회원국들은 단기손실을 감수하고 중장기로 시장 우위 유지를 위해 감산하지 않아 유가 하락이 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정부의 정책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장 박사는 지적했다. 우방인 사우디가 감산을 주도하지 않으면서 유가가 떨어져 자국의 셰일업체들이 타격을 받지만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셰일업체들을 저유가가 자연스레 정리하도록 내버려둔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휴스턴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대형 에너지공급·에너지 관련 기기 제작 회사인 핼리버튼은 최근 휴스턴 소재 고용인원 일부를 정리해고 했으며, 스위프트 에너지는 2015년도 석유개발 부문예산을 지난해보다 75% 삭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고유가 시대에 나라 금고를 불린 이란과 러시아,베네수엘라 등 눈에 가시 같았던 국가들이 거의 궤멸 상태로 떨어지는 '부수효과'를 거둔 만큼 굳이 현 상황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장 박사는 "OPEC도 언제까지나 손실을 감수할 수 없는 만큼 올해 중반 쯤에는 유가가 60~70달러대로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주영국대사관은 컨설팅업체 PWC 영국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60달러 이내에서 결정될 것"이라면서 "유가가 언제 반등할지는 예단할 수 없으나 중기적으로 배럴당 80~9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OPEC이 감산을 추진하고 있지 않고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의 문제도 당분간 공급측면에서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수요 측면에서는 유럽과 중국의 수요 감소로 전체적으로 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영국대사관은 분석했다.
휴스턴총영사관 측은 "미국내 원유생산은 당분간 크게 감소하지 않아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주영국대사관은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등 원유 순수입국들의 국내총생산(GDP)가 중동, 러시아 등 순수출국들의 GDP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 최근의 저유가는 세계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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