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평균 27만여명의 근로자가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다. 특히 지난해 임금체불 근로자는 29만여명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았다. 밀린 임금의 총액도 1조3000억원을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어제 고용노동부의 2010~2014년 체불 임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까지 더하면 체불 규모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만9760개 사업장이 임금을 체불했다. 피해 근로자는 29만2558명으로 2010년 27만6417명, 2011년 27만8494명, 2012년 28만4755명, 2013년 26만6508명과 비교해 가장 많았다. 체불액도 1인당 451만원꼴로 총 1조3195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1265억여원 늘어난 것으로 역시 지난 5년 중에 제일 많다. 이 가운데 근로자들이 뒤늦게 돌려받은 금액은 전체 체불액의 48.9%, 6452억원으로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
근로자에게 임금은 자신뿐 아니라 딸린 식구들의 생계를 이어갈 중요한 수단이다.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에는 생존과 직결된다. 임금을 제 때 주지 않는 행위는 경우에 따라 한 가정의 붕괴까지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범죄와 다를 바 없다. 오랜 경기 침체에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기업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근로자가 일한 대가는 최우선으로 해결하는 것이 기업의 책무다.
임금 체불은 일차적으로 장기 불황 탓이긴 하지만 정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체불 사업장 공개, 근로자 체당금 지급 등 재탕ㆍ삼탕 대책에 명절 때 벌이는 의례적인 특별 단속 등 대처가 사후약방문 식이기 때문이다. 상시 감독을 통해 임금 체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활동을 튼실히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악덕 사업주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 벌금 외에 근로자에게 부가금 지급을 강제하는 것은 물론 원칙적으로 사법처리할 필요가 있다.
설 명절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사회가, 이웃이 직장을 잃거나 일한 대가도 받지 못하는 이중고 속에 차례상을 차릴 여유도, 고향에 갈 형편도 되지 않는 근로자들을 보듬어안아 주어야 한다. 정부는 우선 체불근로자에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그들이 빈손으로 명절을 맞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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