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수도권매립지의 지분을 인천시가 넘겨받는 내용의 ‘선제적조치 합의’가 매립지 사용 기한 연장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면서 지역사회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합의문에 매립 종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유정복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2016년 매립지 사용 종료’가 사실상 파기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환경부와 서울·경기·인천 등 3개 시·도는 지난 9일 4자 협의체 2차회의를 열고 인천시가 요구해왔던 ‘선제적 조치’를 수용하는데 합의했다. 선제적 조치란 ▲수도권 매립지 소유권·면허권 인천시 이양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시 이관 ▲ 매립지 주변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 추진 등이다.
인천시는 그동안 이 조치가 이뤄져야 매립지 사용기한 연장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따라서 이번 합의가 사실상 수도권 매립지 사용기한 연장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인천시는 선제적 조치 합의가 곧바로 매립지 사용 연장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지만, 지역사회에선 시가 매립지 지분을 넘겨받는 대신 서울시에 매립지 사용 연장을 양보한 것으로 보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주변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매립종료 인천시민 투쟁위원회’는 지난 10일 인천시청사로 몰려가 “서구 주민과는 아무런 사전 합의도 없이 유 시장이 권력을 남용해 인천 서구를 영원히 쓰레기 도시로 만드려는 것이냐”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투쟁위는 “2016년 매립종료를 선언한 유 시장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거리 곳곳에 100여장이상 붙였다”며 “유 시장이 이런 주민들의 지지와 기대를 저버린채 매립지사용 종료 원칙을 뒤집어 배신감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또 인천녹색연합은 논평을 통해 “이번 합의는 매립지로 인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보상 의미로 인천시와 지역주민 달래기용에 불과한 것”이라며 “매립지관리와 쓰레기처리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합의는 매립지영구화, 정치적 야합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은 12일 수도권매립지 연장 저지를 위한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김교흥(서강화갑)·신동근(서강화을) 지역위원장이 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았으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인천시의원과 구의원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특별대책위는 향후 정책간담회와 대책위 발대식 등을 진행하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매립연장 저지활동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인천시당은 앞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문에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천명했던 매립 종료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조차 없다”며 “인천시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매립 연장을 획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시당은 또 “앞으로 4자 협의체를 앞세운 매립 연장 발표 절차로 갈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이는 유 시장이 시장선거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 건 매립 종료 원칙을 손바닥 뒤집듯 가볍게 뒤엎어 버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유 시장이 매립지 사용 연장 논의를 위한 선제적 조치에 합의함으로써 스스로 공약을 파기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유 시장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2016년 매립지 사용 종료를 공약했으며 지난해 12월 기자회견 등 공식석상에서 이같은 원칙에 변함이 없음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유 시장은 “서울시 등은 대체매립지 조성이 어렵고, 현 수도권매립지를 연장 사용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든다며 인천시민들에게 또다시 고통을 강요하려 하고 있다”며 2044년까지 사용기간 연장을 주장하는 서울시, 경기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하지만 유 시장이 매립종료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매립지 소유권과 면허권의 인천 이양 등의 선제적 조치를 제시함에따라 ‘조건부 연장’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시각이 팽배했다.
또 이후 실제로 4자협의체에서 선제적 조치가 수용된데다 합의문에 매립 종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인천시가 “수도권 폐기물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매립지연장 논의 등)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방안을 찾겠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여 사실상 유 시장의 공약 파기로 해석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선제적 조치 합의는 그동안 인천시 의지와 상관없이 운영됐던 매립지에 대한 주도권을 인천이 가져오게 된 것에 의미가 크다”며 “합의문에 매립지 종료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해서 인천시가 합의를 대가로 매립지사용 연장을 수용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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