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기들 연결돼 위험 커져
보안 업계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보안이 더욱 중요"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배달에 나섰던 무인 비행기(드론)들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도로를 달리던 차들은 갑자기 뒤엉키더니 급기야 인근 건물과 사람들에게 돌진한다. 재빨리 인근 병원으로 피신해보지만 이미 건물 내부도 아수라장이다. 가스레인지와 엘리베이터, 냉ㆍ난방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화재가 일어나고 수술을 진행하던 의료용 로봇은 살인 기계로 변신했다.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지만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이 모든 분야에 접목돼 인간의 삶에 녹아들면서 '편리함'과 함께 '위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생태계 오작동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공격이나 해킹 등을 차단하는 '보안'을 철저하게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물인터넷의 미래가 파라다이스가 될지 아마겟돈이 될지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리는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웨어러블, 홈가전, 의료 등 실생활에 밀접한 사물인터넷 기기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이를 통한 해킹 공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가전제품이나 전자기기 등 서로 다른 사물끼리 인터넷으로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을 말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전 세계 통신 연결 기능을 가진 기기 출하대수가 올해 50억대에서 2020년에는 250억대로 5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은 사이버 공격의 위험도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보보안업체 '브루프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2013년12월부터 2014년1월까지 스마트TV, 냉장고를 포함한 약 10만개의 가전제품이 대량의 스팸메일 살포에 이용됐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블랙햇2014 콘퍼런스'에서 집안의 주요 시설을 원격제어해 화재 발생 위험을 증명하고 스마트 자동차를 해킹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운전대를 제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유럽 경찰들은 해킹으로 인명을 살상하는 '사이버 살인'에 대해 예측하기도 했다.
사물인터넷 업체들도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물인터넷 서비스가 일상생활로 확산되면서 관련된 주요 시스템이나 의료장치 문제에 의한 생명 위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를 방지하게 위해 네트워크 운용 부분에서 별도 보안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망 보안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보안업체 전문가는 "사물인터넷이 실생활에 본격적으로 적용이 된다면 이를 악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게 많다"며 "보안업계는 예상 가능한 보안 취약점에 대한 연구개발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사물인터넷 자체가 산업적인 기회를 많이 주고 이종산업간 융합 촉매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기가 오작동이 일어났을 때의 책임소재나 범죄에 악용 가능성 등에 대한 사전 연구와 법적 제도, 사회문화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10월 '사물인터넷 정보보호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2018년까지 1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보안 핵심기술 개발, 사물인터넷 보안 산업경쟁력 강화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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