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미국과 북한이 오는 18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이른바 ‘1.5트랙(반관반민)’ 형태의 접촉에 나선다. 최근 북한 인권문제와 소니 해킹 사건 등으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에 새로운 협상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과 북한은 오는 18일부터 이틀간 싱가포르에서 양측 현안에 대한 접촉을 갖는다. 북한 측에는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과 차석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 북미간 비공식 대화창구인 ‘뉴욕채널’을 담당하고 있는 장일훈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가정보국(DNI) 국가비확산센터 소장,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 토니 남궁 전 UC버클리 한국학연구소 부소장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접촉은 최근 남북관계 정상화 논의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북미간 대화 논의가 시작된 직후 이뤄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북한은 지난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이 올해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임시 중단한다면 그 화답으로 핵실험을 임시중단할 수 있다면서 “미국과 언제든지 마주앉을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일상적인 한미 훈련을 핵실험 가능성과 부적절하게 연결하는 북한의 성명은 암묵적 위협”이라면서 일축한 상태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실험 중지가 아닌 비핵화 협상에 먼저 복귀해야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현격한 입장 차이로 더 이상 진전은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더구나 최근 미국 워싱턴의 대북 기류는 상당히 강경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행정부에선 평양당국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핵과 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소니 해킹 사건으로 대북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진 상태다. 미국 의회에선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이 강경한 대북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싱가포르 북미 대화에서 성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
하지만 의외의 돌파구가 마련될 여지도 없지 않다. 일단 북한의 참석자들이 6자회담과 뉴욕채널 책임자란 점에서 새로운 협상 카드가 제안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보즈워스 전 특별대표는 역시 오바마 정부 1기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달 5일 한 토론회에서 “북한 핵을 이대로 방치했다간 암울한 상황이 올 것”이라며 적극적 대북 협상을 강조한 바 있다.
이밖에 ‘반관반민’ 형태의 접촉이란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색된 북미간의 공식 창구보단 자유롭게 물밑 협상과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형태의 대화가 새로운 돌파구 모색에 성공한다면 최근 우리정부가 추진하는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한 반관반민 대북협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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