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는 태양열 충전기·조명등 구입 급증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의 전력난이 아주 심각해 손전화(휴대전화) 기지국도 태양 전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전력난으로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태양열 충전기를 구입해 휴대전화나 텔레비전 등의 전력 공급원으로 사용하거나 신의주 접경 중국 단둥에서 태양열 조명등을 구입해 쓰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남포시 주민은 "정전이 너무 자주 돼 손전화 기지국들 태양 바떼리(배터리,전지)를 예비 전원으로 쓰고 있다"면서 "남포시의 한 기지국에서는 100W짜리 태양 바떼리 30개를 묶어서 전원을 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100W짜리 태양전지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것으로, 북한에서 웬만큼 사는 사람들이 텔레비전과 냉장고, 조명 등의 전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주민은 "태양전지는 중국 돈 400위안에 팔리고 있는데, 기지국에서 이런 것을 수십 대나 갖춰놓자면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손전화 기지국은 '나라의 신경'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특급 부하로 지정돼 24시간 전력을 공급 받는다.북한에서 특급 전력공급 대상은 노동당 기관과 보위부와 보안부 등 권력기관 외에 병원과 체신소 등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6만 볼트 이상 고압 전력계통이 자주 정전돼 한 도시 전체가 정전되는데, 이때를 대비해 태양 바떼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손전화 기지국에는 일반적으로 수신자의 전자기파를 받는 안테나와 그 신호를 분석하고 다른 기지국으로 연결시켜주는 섬세한 기능을 갖춘 전자기계들이 있기 때문에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다.
손전화 기지국들의 태양전지 사용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계속 충전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흐린 날에는 충전도 하기 어렵다.이에 따라 평양시와 큰 도시를 제외한 군급 도시에서는 전화가 불통되는 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휴대폰 사용자가 240만명이나 되는 통계에 비춰볼 때 북한 전역에 설치된 수천 곳의 기지국에 태양전지를 설치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편,북한 장마당에서는 배낭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태양열 충전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12V짜리 중국산 태양열 충전기는 50~70달러에 팔리고 있다. 햇빛을 받으면 자동으로 전기에너지로 바꿔 축적했다가 손전화기와 같은 저전압 전기기구에 공급할 수 있는 기기다.
또 북한 주민들은 신의주 접경 중국 단둥에서 태양열 집열판과 배터리, 일반 전구보다 훨씬 밝은 LED 전구 일체를 1500위안 정도에 구입해 조명은 물론, 손전화기 충전과 작은 LCD 텔레비전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전력생산의 약 63퍼센트를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에서 최악의 가뭄으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어 밤이면 문자 그대로 칠흑같은 어둠에 휩싸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밤에 북한은 없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4년 세계발전지표(World Development Indicators)'에 따르면 북한의 전기 총생산량은 2011년 기준으로 216억 kWh로 같은 기간 한국의 전기생산량(5210억 kWh)의 4%에 그쳤다.북한에서 전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주민은 전체인구의 26%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대북 지원 미국의 비정부 기구인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CFK)'은 북한의 결핵 환자들에게 태양열 조명을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기구의 태양열 조명은 1.2 볼트의 LED 전구와 태양광 충전기, 그리고 휴대전화나 다른 전자기기의 충전을 위한 USB 단자를 탑재하고 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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