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제1야당 당권을 둘러싼 진검 승부가 시작됐다. 주자는 문재인·이인영·박지원 의원(기호순)으로 나란히 출발 선상에 섰다.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이번 새정치민주연합 전국대의원대회(전대)는 지난 대선 후보, 젊은 피, 옛 민주당 출신 중진 등의 면면에서부터 흥미를 끈다. 일각에서는 문 의원의 독주를 예상하면서 전대 흥행 실패라는 의견이 나오지만 정치판에서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많다. 내달 8일 치러지는 전대 본선은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이 의원의 행보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 후보가 내세우는 '당 대표가 돼야만 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문 의원은 대권 주자 타이틀을 던지고 당권 주자로 체급을 낮췄다. 이는 문 의원에게는 정치적인 도전이지만 당권마저 잡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상황인 셈이다.
문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만나 "당 대표 출마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측근을 보면 극과 극의 성향을 보였다"며 "절대 안 된다는 사람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사람으로 나뉘었다"고 말했다. 친노(친노무현)계로 불리는 측근 안에서도 문 의원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 의견이 극명히 갈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 의원은 8일 새정치연합 공명선거 협약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꼭 당 대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고 국민들에게 우리 당이 달라진다는 변화의 희망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래야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고 또 정권 교체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대가 새롭게 일어서는 계기가 돼야 되는데 당에서 오래 정치하신 분은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박 의원을 겨냥했다.
박 의원은 올해 73세로 이번 당 대표 출마가 정치인으로서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과 다름없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는 판단으로 간절한 측면에서 보면 박 의원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이다.
박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목표인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경륜을 검증 받은 박지원의 야성과 협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권 교체 외에 아무런 사심도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의원을 향해서는 "우리 유권자는 당원"이라며 "당원이 박지원을 당 대표로 (뽑고), 또 국민 지지가 높은 분은 대통령 후보로 나가는 것이 원칙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 의원은 여러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문 의원과 박 의원 사이에서 어느 쪽에 손을 내밀 지 고민을 할 수도 있고 본선에 끝까지 경주할 수도 있는 '행복한 고민' 중이다. 최근 만난 이 의원은 막판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도 가능성을 열어 놓는 모습이었다.
그는 "만약 문 의원과 박 의원이 단일화를 요구한다면 나에게 양보해야 한다"며 "박원순과 안철수의 단일화처럼 양보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더 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의 측근인 또 다른 의원은 "이 의원이 '386 세대' 재건의 의지를 굳게 가지고 이번 당 대표에 출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