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 영화사에 대한 해킹 사건의 책임자로 천안함 폭침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인민군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7일(현지시간) 지목했다.
미국내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클래퍼 국장은 이날 뉴욕 포드햄 대학에서 열린 국제 사이버안보 콘퍼런스에 참석, "북한의 김영철은 사성장군으로서 이번 소니 해킹 사건을 일으킨 정찰총국을 이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영철이 지난 11월 직접 소니 해킹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래퍼 국장은 이어 지난 해 11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인 케네스 배 등의 석방을 위해 대통령 특사로 방문했던 첫 날 김영철과 저녁을 함께 하며 한미 군사합동 군사훈련을 두고 설전을 벌였던 일화도 소개했다.
김 정찰총국장은 우리 군이 김격식 북한군 4군단장과 함께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배후로 지목한 군부 강경파이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이다. 그는 2012년 말 대장에서 중장으로 강등됐지만 3개월 만에 다시 대장 계급장으로 복귀, 대남공작사업 등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나 고위관계자가 소니 해킹을 지시한 인물로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구체적으로 지명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소니 해킹 사건 관련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평양 당국의 반발은 물론 일부 미국내 민간 보안업체의 의구심을 일소하는 한편 향후 이에대해 강경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거듭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클래퍼 국장은 이밖에 "이번 사건은 미국의 이익을 겨냥한 역대 가장 심각한 사이버 공격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이 별다른 대가 없이 저비용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면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을 수 있다"면서 "이런 인식이 북한이 추후에 유사한 행위를 하도록 북한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다.
한편 소니 해킹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도 이날 같은 행사에서 참석, "소니 해킹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확신한다"면서 "IP 주소 추적 결과 해커들이 북한 IP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려고 가짜 서버를 사용한 증거가 있다"면서 "그러나 해커들이 종종 실수를 저질러 북한에서만 접속할 수 있는 서버를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코미 국장은 또 "정부는 누가 소니 영화사를 해킹했는 지 알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그 당사자가 바로 북한"이라고 강조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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