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수 없다'는 정부와 배치판결...국회도 수용촉구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북한의 위협으로 국민 생명이 명백히 위험한 상황에서는 당국이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법적인 근거 없이 제지할 수 없다는 통일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의정부지방법원은 6일 대북전단 풍선 날리기 활동 방해로 입은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해 배상금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탈북자 이민복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대북전단 살포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급박한 위협에 놓이고, 이는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북한이 보복을 계속 천명해왔고, 지난해 10월에는 실제로 북한군 고사포탄이 경기 연천군 인근의 민통선에 떨어졌던 점 등을 그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또 당국의 제지도 과도하지 않았다면서 이씨가 주장하는 경찰과 군인의 제한 행위는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선교사이자 대북풍선단장으로 활동하는 이씨는 지난해 6월 법원에 대북풍선을 날리는 것은 표현의 자유 행사이므로 국가가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소장을 제출했다.
이씨는 선고를 앞둔 지난 5일 새벽에도 경기도 연천군 민간인통제선 인근에서 대북전단을 대형풍선에 매달아 날려보내기도 했다.
이번 판결로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해온 통일부의 논리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국민의 선거에 의해 구성된 국회의 외교통일위원회도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남북관계 개선을 훼손하거나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우리 정부가 취할 것"을 촉구했다.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국민의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국민의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면서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 결정을 정부가 수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촉구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통일부는 이번 법원의 결정과 국회 외통소위의 결의안을 계기로 더 이상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남북 당국이 접촉조차 못하고 그로 인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등 정부가 추구하는 목표들에 대해 북한과 논의조차 못하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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