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상 지하1층 분류…건물주 용적률 혜택
세입자는 권리금·임대료 저렴하게 이용
[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이태원 경리단길 초입의 경사진 골목에 위치한 한 수제 맥주집. 평일 저녁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들로 붐비는 이곳은 경사진 곳에 위치한 덕에 임대료나 권리금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다. 그런데도 건물주나 가게 주인 모두 만족도가 높다. 가게 주인 A씨는 "도로와 접해 있더라도 등기상으로는 지하 1층에 해당하기 때문에 건물주도 건물을 더 높게 지을 수 있으니 서로가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1층같은 지하1층' 상가가 알짜배기 틈새상권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경사가 있는 곳에 위치한 건물은 전면에서 보면 지상층으로 보이지만 건물 뒷편에서는 절반정도가 지하로 돼 있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곳은 등기상 지하1층으로 분류되므로 건물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용적률을 높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상가주택 건물주 A씨는 '1층같은 지하1층'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장본인이다. A씨가 소유한 건물은 법적으로는 지하1층ㆍ지상4층 짜리다. 그럼에도 경사진 길목에 자리잡은 이 건물 지하1층의 앞쪽은 도로와 맞닿아 있다. 실제로는 지상5층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또 이 건물의 지상1층~4층(표면상 2~5층)에 해당하는 연면적은 총 469.76㎡로, 대지면적인 236㎡로 나누면 용적률은 199.05%가 나온다. 제2종일반주거지역 용적률 제한인 200%를 넘지 않는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하층은 용적률에 원래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에 표면상 1층에 해당하는 지하층을 제외하고 계산한 수치만 용적률 상한을 넘지 않으면 된다"면서 "건물주로서는 용적률을 초과하지 않으면서 지하층에서도 높은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연희동은 제2종에서 제3종으로 종상향에 번번이 실패해 건물주들이 용적률 제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사지라는 악조건이 도로를 한쪽면에 낄 경우 호조건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건물 한쪽면만 반지하인 층에서 가게를 냈다면 임차인 가게 주인도 훨씬 이득이다. 경사진 곳은 보통 평지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져 권리금이나 임대료가 저평가 돼있는 곳이 많아서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경사지에 있는 점포라 하더라도 유동인구나 잠재수요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일 수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평지에 위치한 곳에 비해 입지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권리금이나 월 임대료가 싼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면적이 일정 기준 이상일 때는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분을 유의해야 한다.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않은 사례가 종종 드러나기 때문이다. 등기상 지하1층으로 돼있는 건물 저층부에 주차공간을 설치해야 하는데 건물주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테라스로 개조하거나 매장으로 만들어 임대를 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임채우 전문위원은 "건축법상 연면적 132㎡ 이상의 단독주택을 상가로 용도변경할 경우는 132㎡당 1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며 "연면적이 132㎡를 넘는데도 주차공간 없다면 그건 불법"이라고 말했다.
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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