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윤회 문건 작성 동기 못 밝혀…문체부 인사관여설 등 의혹 남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혜영 기자] 검찰이 5일 '정윤회 동향 문건'은 허위라고 발표했지만, 범행동기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의문점을 낳고 있다. 검찰은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을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청와대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한 '진술 받아쓰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범행동기 '왜'가 빠졌다= 서울중앙지검은 5일 "정윤회 문건 내용은 풍문과 정보 등을 빌미로 과장·짜깁기한 것"이라며 "박지만 미행설도 근거 없이 생성·유포된 풍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53)이 정윤회 문건 등 17건의 대통령기록물을 박관천 경정(49)을 통해 박지만 EG 회장(57)에게 건넸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을 이번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했지만, 범행동기가 분명치 않은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의 입으로 어떤 동기가 있다고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 묘수? '지라시' 대통령기록물= 정윤회 문건의 성격도 논란의 초점이었다. 청와대는 '지라시' 수준의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풍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담은 설명이지만 지라시를 청와대 외부로 유출했다고 죄가 되느냐는 반론에 부딪혔다. 이렇게 되면 검찰이 한참 수사를 해놓고 정작 처벌할 대상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검찰이 내놓은 해법은 문건 내용은 '지라시' 수준이지만 형식은 '대통령기록물'이라는 판단이다. 검찰은 "(박 회장에 전달된) 문건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것으로 정식 보고·결재를 마쳤거나 업무수행 과정의 보고사항에 해당하므로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비선실세 논란, 여전한 의문= 검찰은 이른바 '십상시' 모임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정윤회씨 명의 휴대전화 등을 분석해본 결과 '정윤회-청와대 3인방' 모임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전에도 비선실세 의혹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지만 그의 행적은 베일에 가려졌다. 그런 정씨가 차명전화가 아닌 본인 명의 전화만 사용했을지는 의문이다. 정윤회 문건에 담긴 강남 중식당 회동이 실체가 없다고 해도 비선실세 국정농단 자체를 사실무근으로 연결 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정씨는 "검찰 수사로 제가 국정에 개입했다거나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요지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작성 문건은 모두 허위임이 판명됐다"면서 "희대의 국정 농단자라는 오명을 벗게 돼 너무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회유설, 문체부 인사 관여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청와대 문건 파문 이후 불거진 문화체육관광부 인사개입 의혹에 대한 고발·수사의뢰 건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언론사를 상대로 한 고소건 등 5건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검찰은 문체부 인사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다.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서울경찰청 소속 한모 경위(불구속 기소)에 대한 청와대의 회유 시도 역시 밝혀져야 할 대목이지만 검찰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 경위가 법정에서 판사에게 (회유를 받은 사실이) 없다면서 부인하고 있다. 입원치료 때문에 출석에 불응하고 있는 등 현재로서는 수사할 단서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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