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해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을 7년만에 처음으로 추월했다. 저금리와 증시 부진으로 증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달리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자금 상태로 머물고 있는 것이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79조3019억원으로 전년대비 7.23% 줄어들어 3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단기 부동자금이 모이는 MMF의 설정액은 82조3678억원으로 24.05% 급증해 3년 연속 늘었다.
연말 기준으로 MMF 설정액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을 제친 것은 주식형 펀드가 대중화된 지난 2007년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데다 코스피 수익률이 -4.8%를 기록하는 등 부진하자 증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자금 상태로 머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난해 코스피 연간 변동률(연중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를 전년도 종가로 나눈 값)이 사상 최저치인 10.5%로 떨어지면서 저가 매수세도 크게 유입되지 못했다.
채권형 펀드도 설정액을 70조8631억원으로 26.38% 늘리면서 펀드 시장의 주도권을 주식형 펀드에서 빼앗아오려는 태세다.
혼합형 펀드 중에서도 채권혼합형 펀드 설정액이 27조2903억원으로 20.14% 성장한 데 비해 주식혼합형 펀드 설정액은 10조3천810억원으로 4.95% 늘어나는데 그쳤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 증시는 물론 신흥국 증시 내에서도 한국증시 수익률이 상당히 부진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올해도 선진국 증시와 신흥국 증시간 차별화가 지속되고 박스권 장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 주식형 펀드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말 국내 모든 유형 펀드의 설정액은 총 385조16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보다 13.93%(47조1041억원) 늘어난 것이다. 이로써 국내 모든 펀드의 설정액은 2012년 이후 3년째 증가세를 지속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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