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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北변화 없는 정상회담에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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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北변화 없는 정상회담에 부정적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5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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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깜짝 정상회담' 제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첫 반응은 다소 부정적인 것이었다. 김 제1위원장이 "정상회담을 못 할 이유가 없다"며 통 큰 제안이라도 하는 것처럼 신년사를 발표했지만, 따지고 보면 그 전과 달라진 게 없는 것 아니냐는 판단을 박 대통령은 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박 대통령은 "김정은과 만날 용의가 있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대통령이 된 후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게 이유지만, 이 질문은 모두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이때마다 박 대통령은 "통일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누구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김 제1위원장이 "최고위급 회담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1일 자신의 신년사에서 밝힌 것과 뉘앙스가 거의 같다. 두 정상 모두 '내가 설정한 기본조건을 충족한다면'이란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은 정상회담을 제안하면서 여러 조건을 제시했다. 흡수통일에 대한 반감 즉 상호 체제 인정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또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대북 적대정책의 폐기 등 기존 주장도 반복했다. 핵보유를 정당화하고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박 대통령이 내세우고 있는 대화의 전제조건이다.


박 대통령은 2일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과감히 제안을 받아들이시라"고 하자, "전체적인 분위기는 긍정적인데, (천안함ㆍ연평도 도발 등에 대해) 사과 같은 것을 안 할 것을 전제로 하는 듯하다. 그 때는 (대화를) 덮어놓고 할 게 아니라 야당도 힘을 보태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또 "(야당이) 5ㆍ24조치만 해제하라고 하면 (남북) 협상이 되겠느냐"고 했다.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하느니 마느니를 두고 남남 갈등이 벌어지게 되면 북한에 역이용 당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대북봉쇄조치인 '5ㆍ24조치' 해제를 얻어내려는 것이란 게 박 대통령의 판단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당국자 회담을 통해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 없이 그냥 결실만 얻으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국자 회담으로 서로 깊이 있게 대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전체적인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언급한 것에는 일말의 기대감도 묻어난다. 정부는 북한에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해놓은 상태인데, 북측이 대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것으로 보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성급하게 '정상회담'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 실질적인 협의부터 시작해 양측이 설정해 놓은 '전제조건'의 해소를 논의하고, 여기서 진전이 생기면 정상회담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이 그리는 전체적인 그림으로 해석된다.


'단계적이며 신중한' 접근을 구사하겠다는 것이며,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견지해온 대북정책 기조에 어떤 변화도 주지 않겠다는 의미도 된다.


일각에선 우리의 당국 간 회담 제안에 이어 김 제1위원장의 역제안으로 공이 우리 쪽으로 다시 넘어왔다고 분석하지만, 박 대통령은 "북한이 공을 던지지 않았으니 받은 공이 없다"는 식으로 반응했다고도 볼 수 있다.


다만 집권3년차를 맞아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활성화 정책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란 점에서 우리 정부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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