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정부가 기술금융 지원을 위해 배정한 예산이 국회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향후 기술금융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은행권에 기술금융대출과 관련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금융당국이 이번 일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술보증기금의 이차(利差)보전사업 예산 100억원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기보 관계자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무난하게 통과가 됐는데 예결위에서 모두 삭감됐다"며 "다른 예산과의 관련성 때문에 빠지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의 성장 발판을 마련해 주자는 취지의 기술금융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발표 했는데, 이 가운데 핵심 지원책 중 하나가 기보의 이차보전사업이다.
기보의 이차보전사업은 기보가 기술신용평가기관(TCB)으로서 기술력이 우수하다고 판단한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대출금리 중 일정부분(1∼3%포인트)을 보전해 주는 사업이다.
예를 들어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은행에서 신용대출 3억원을 금리 6%로 받을 경우 기업은 실제로 3%의 이자만 내고 나머지 3%는 기보가 대신 부담하는 식이다. 기업의 기술력 수준에 따라 이차 보전해 주는 범위가 기업별로 최소 1%포인트에서 최대 3%포인트로 차이는 있지만, 그만큼 기업의 대출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기업 입장에선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책인 셈이다.
금융위는 이번 지원을 통해 2500여개 기업이 연간 평균 400만원, 최대 1500만원 수준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지난해 이차보전 사업예산 37억5000만원을 활용해 기업당 평균 2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에 대해 1.23%포인트 수준의 금리인하 효과를 봤다. 그러나 올해 배정한 예산이 모두 삭감되면서 정부의 기술금융 추진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기보의 다른 분야의 예산을 줄여서라도 이차보전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보의 기금운용계획 변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추진 중"이라며 "당초 계획했던 100억원이 모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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