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가 종교인 과세 시행 일주일을 앞두고 시행 시기를 1년 늦췄다.
그간 과세를 강력하게 반대하던 개신교 일부에서 자진납세를 하겠다는 의향을 반영해 원천징수 의무를 삭제한 수정안을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종교계와 정치권의 반발에 정부가 한발 물어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실상 종교인 과세가 무산될 가능성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26일 입법예고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교인 소득 과세는 일단 1년만 유예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자진해서 신고하는 대신 원천징수하지 않는 수정안을 지난 2월 발표했는데 이 부분이 입법화되지 않아 과세 시행시기를 늦추는 대신 입법화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종교인 과세를 위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종교인의 소득을 사례금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과세할 수 있도록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이 시행령에 따르면 종교인 사례금을 일종의 소득인 '기타소득'으로 보고 과세하기로 했다. 사례금을 기타소득으로 보면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 못 미치더라도 25만원이 넘을 때는 무조건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종교계는 즉각 반대성명을 밝혔고, 정치권에서도 시행시기를 늦추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10일 새누리당은 소득세법 시행령 적용 시기를 2년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시행시기를 늦추는 대신 종교인 소득을 별도 항목으로 신설하고 원천징수 의무를 삭제하고 자진납세 형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수정안을 내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 보수 진영쪽에서 자진해서 납부하는 운동을 자기들이 해보겠다는 점을 감안해 자진납부하는 운동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지도 살펴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9대 국회 임기 중 종교인 과세가 시행령이 아닌 입법의 행태로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내년 정부가 소득세법 수정안을 제출하더라도 이듬해인 2016년 4월 총선과 2017년 12월 대선을 감안할 때 국회에서 종교인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법안추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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