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금융권은 대규모 인수합병(M&A)로 대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저금리 장기화와 비대면거래 확대로 과거처럼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얻기 힘들어진 은행권이 M&A를 통한 생존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15년은 한 판 대결 끝에 승자가 결정나는 시기가 될 것이다. 그에 앞서 대규모 M&A를 이끌어온 은행권 수장들의 리더십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금융M&A 승부사의 세계] <1>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직원들과 산행하고 소통하는 JT…회장실 문패엔 'Joy Together'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과거 '영업의 달인'으로 불렸다. 1981년 서울 은행에 입행해 신한은행, 하나은행을 거쳐 지점장, 본부장 직함을 달았는 내내 특유의 영업력을 발휘해 가는 곳마다 실적을 대폭 향상시키곤 했다.
하나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영업력의 저력'은 M&A부문에서 빛을 발했다. 하나, 외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통합부터 중국 법인 통합 그리고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를 합친 하나카드의 출범까지, 현장을 뛰며 직접 통합을 진두지휘 했다. 한 해 동안 큼지막한 통합을 세 건이나 달성해 낸 김 회장은 이제 금융계 '통합의 달인'이라 할만 하다.
2012년3월 김정태 회장이 2대 하나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금융권에서는 확신보다는 의구심이 컸다. 1대 김승유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가 하나금융의 상징이었던 만큼 2대 회장인 김정태 회장이 전 회장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3년이 채 못된 지금, 김 회장은 하나금융 내에 자신만의 색깔을 진하게 입혔다.
우선, 김 회장 특유의 '실행력'은 하나금융을 지금의 위치에 올라서게 만들었다. 그는 올 초 신년사에서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외환은행을 완전자회사로 만들 때도 다수의 주주를 설득해 임시주주총회에 특별 결의를 통과시킬때도 김 회장의 추진력이 발휘됐다고 전해진다. 외환은행 인수로 하나금융은 국민ㆍ우리ㆍ신한금융 등과 함께 '4대 금융'으로 불릴 만한 규모를 갖추게 됐다.
지난 12일 출범한 중국 통합법인을 출범시키는 데도 김 회장의 공이 컸다. 김 회장은 중국 지린, 민생은행 등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동시에 현지에서 20개까지 영업망을 넓혀왔다. 또 지난 6월말 중국내 민간 금융조직인 '신금 융연맹' 발족식에서 외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대 이사로 추대되기도 했다.
직원들과의 벽없는 '소통 리더십'도 김 회장만의 특징이다. 하나금융 건물 내 그의 직무실은 '회장실'이 아닌 'Joy Together'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본인의 이름 이니셜인 'JT'를 인용한 것으로 직원이 자유롭게 찾아 올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자는 의도였다. 직원들과 잦은 스킨십으로 본부장 시절부터 만나온 직원 1000여명의 이름도 기억하고 있다.
외환은행과의 조기통합 추진에서도 그만의 '소통'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비장하게 결단한 '하나ㆍ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공식화한 이후 외환 은행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대폭 늘렸다. 하나은행, 외환은행 직원들과 함께 북한산 둘레길과 동대문 성곽길을 산책했으며, 8월말 부터는 10여차례의 비전캠프를 열어 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특유의 실행력과 소통리더십으로 '통합'을 이끌어왔지만 아직 숙제는 남아 있다. 내년 2월을 목표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외환은행 노동조합과의 화합이 필수요건이다. 통합을 승인해줄 금융위원회가 노조와의 합의를 통합승인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현재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임원들로 구성된 대표단이 노조측 대표단과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목표시한을 맞추기 위해서는 더이상 협상이 지연되서는 안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은 신한,조흥은행 통합 이후 금융권에서 9년만에 추진되는 은행간 통합이다. 두 은행이 통합되면 하나금융은 두 은행 통합 시 자산 규모 면에서 국내 1위의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게 되며, 조기 통합 완료 시 시너지는 1조원대로 추산될 걸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이 특유의 리더십으로 두 은행의 통합을 무사히 이끌어 내고 2015년 실적으로 통합의 당위성을 증명할 지 금융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