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내 기업 10곳 중 8곳은 국내 시장서 제조업공동화 속도가 현재와 비슷하거나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300여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기업의 해외투자실태와 시사점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82.7%는 “제조업공동화 속도가 비슷하거나 더 빨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43.0%,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39.7%였다. '점차 개선될 것'이란 응답은 17.3%에 불과했다.
실제 해외진출기업들은 국내의 전반적인 투자환경 만족도를 100점 만점에 61.3점, 해외 투자환경은 69.1점을 주어 국내가 해외에 비해 다소(7.8점) 뒤진다고 응답했다.
부문별로 인력운용 만족도는 국내공장 56.6점, 해외공장 73.5점으로 16.9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고, 판로개척은 14.6점, 원부자재 조달은 9.8점, 제도 및 인프라는 6.0점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기술이나 경영습득능력은 국내공장이 해외보다 8.5점 높았다.
대한상의는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5년간 연평균 해외직접투자유출 증가율은 8.2%로 미국?일본(1.2%)의 7배에 달한다”며 “자동차 생산만 봐도 한국은 해외생산이 51%로 일본(42%)보다 높고, 가전제품도 약 80%로 역시 일본(44.9%)보다 해외생산 의존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해외시장 개척과 국내 노동단가 상승 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제조업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상품 1단위를 만드는데 드는 인건비인 단위노동비용도 지난 10년간(2002~2011년) 미국(-14.3%), 일본(-30.2%), 독일(-2.5%) 등 선진국은 하락한 반면, 우리만 상승(1.8%)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동철 대한상의 자문위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은 “경제가 성장하고 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우리기업들이 해외투자를 늘려가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추세지만 최근의 속도는 너무 빠르다”며 “특히 인력운용, 판로개척뿐 아니라 제도, 인프라 항목에서도 우리가 뒤처져 있다는 것은 정책당국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 비해 국내와 해외의 기업경영환경 개선여부'를 묻는 질문에 ‘국내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응답은 70.1%, ‘해외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응답은 58.2%였다. 기업의 55.6%는 ‘해외와 국내 모두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의 29%는 향후 3년내 해외투자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기업들의 29.3%는 중국을 꼽았고, 다음으로 미국(20.2%), EU(8.9%), 베트남(5.1%) 순이었다. 기업규모별로 대기업은 미국(28.9%)을, 중소기업은 중국(31.5%)을 가장 선호했다.
이항용 대한상의 자문위원(한양대 교수)는 “국내투자가 해외투자로 대체되면 국내 일자리만 뺏기는 것이 아니라 부품?소재산업을 비롯한 전후방 산업의 발전과 협력사 일감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각 경제주체가 사회전체의 입장에서 소통하고 합의를 이루어 나가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제조업 공동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과제를 묻는 질문에 기업들은 ‘제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 확대’(58.2%), ‘규제개혁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56.2%), ‘노동부문 구조개선’(37.1%), ‘FTA로 경제영토 확장’(20.1%) 등을 꼽았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10년전에는 기업이 국내에 1천달러 투자할 때 해외투자는 93달러 정도였다. 지금은 1천달러당 270달러를 해외에 투자할 정도로 경제의 도넛화가 진행”라며 “제조업의 국내 투자여건을 잘 조성해 내수위축을 막고 성장의 추진력을 쌓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넛경제란 1980년대 미국의 제조업 공장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하면서 경제성장의 핵심엔진이 사라져 가운데 구멍이 뻥 뚫린 도넛모양으로 변했다는데서 유래됐다. 반대의 경우는 피자경제라 한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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