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16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이하 자문회의)는 눈길을 끌었다. 과학기술을 통해 재난안전과 농업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 등은 이 자리에서 재해예측 정확도를 현재의 50%에서 2017년까지 70%까지 높이겠다고 했다. 2017년까지 농업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스마트팜을 8000 농가에 보급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스마트팜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5조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재해예측 정확도를 70%로 높이기 위해 정부는 지능형 폐쇄회로TV(CCTV)를 도입하고 교량 등 위험한 시설 곳곳에 안전진단센서를 설치한다. 복구 단계에서는 첨단 장비인 재난용 무인기, 재난안전 로봇, 개인방호 스마트 장비 등이 투입된다. 아직 개발 중인데 빠른 시간 안에 재난현장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농축수산업에 스마트 솔루션을 접목해 동식물 생육 특성에 맞는 환경을 제공하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말한다. 2017년까지 8000 농가에 한국형 스마트팜을 구축하기로 했다. 핵심기술을 국산화해 한국형 보급 모델을 확산하고 이를 통해 농업환경에 최적화된 기술 고도화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팜은 연관 산업까지 합친다면 약 5조700억원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숫자는 70%, 8000개, 5조700억원 등이다. 재난예측 정확도를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을 두고 "지능형 CCTV와 재난 감시 안전진단센서 등 관련 장비가 구축되면 70%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자문회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70%라는 숫자를 강조하고 있는데 정작 구체적 근거를 물어보면 '만약~~한다면'이라는 가정법으로 답하는 꼴이다. 재난 현장에 무인기, 재난안전 로봇, 개인방호 스마트 장비 등을 빠른 시기에 현장 투입하겠다고 한 것도 구체적 부분에 이르면 두루뭉술하다. 언제,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인지 실행계획은 빠져 있다.
스마트팜 8000개를 구축하겠다고 했는데 관련 예산이 확보 돼 있는지 의문이다. 2017년까지 8000개의 스마트팜을 구축하는데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지, 이를 위해 3년 동안 과학기술은 어떤 과정을 밟을 것인지 설명이 보이지 않는다. 나이든 분들이 스마트팜을 운영하기 위한 스마트 교육은 또 어떻게 할 것인지도 상세하게 언급했으면 더 좋았다.
스마트팜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5조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 역시 '5조700억원'이란 숫자만 강조된 채 어떻게 도출됐는지 상세한 설명은 없었다. 일자리가 늘어난다든지, 관련 제품이 개발되면 민간업체의 투자가 이어진다든지, 수출을 통한 국익창출이 가능하다든지…근거는 없고 '숫자'만 덩그렇게 놓여 있을 뿐이었다.
자문회의는 말 그대로 정부의 정책을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는 자리이다. 특히 이번에 개최된 과학기술자문회의는 과학기술을 통한 재난방어와 농업혁신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이다. 이런 자리는 숫자보다는 '어떻게'라는 곳에 방점이 놓여야 한다.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성이 있을 때 과학기술 자문회의'는 빛을 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