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빅딜 '승자의 저주' 소문 극성에 곤욕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한화그룹이 삼성과의 빅딜 이후 수시로 불거지고 있는 계열사 매각설 차단에 바쁜 모습이다.
삼성에서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부문을 가져오기로 한 빅딜 이후 근거 없이 제기되고 있는 자금 부족설, 이를 메우기 위한 계열사 매각설이 자칫 그룹 이미지 훼손은 물론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일 오후 5시께 한화손해보험 경영권 매각 추진설에 대해 한화그룹 측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한화측은 이례적으로 1시간 30여분 만에 공시를 통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17일 정오까지를 시한으로 둔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즉각 대응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오전에는 한화생명의 지분매각 추진설이 흘러나왔다. 한화 측은 즉각적으로 "사실무근"이라며 "한화생명 사업이나 지분을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다만 오후에 이뤄진 조회공시 요구 답변을 통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으나 여전히 인수대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화가 매각설 진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근거 없이 시장에서 떠도는 설이 위기감을 고조시켜 M&A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빅딜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혼란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그룹은 이례적으로 계열사 분담금, 보유 현금 등을 공개하며, 지분 매각 등 없이 자체 현금흐름으로 인수대금을 마련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삼성 계열사 인수에 투입되는 자금은 최저 1조9000억에서 최고 2조원. 인수대금은 한화그룹의 3개 계열사인 ㈜한화가 8400억원, 한화케미칼이 5150억원, 한화에너지가 5500억원을 분담하게 된다. 이는 각 사의 현재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 수준을 고려할 때 부담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화 측은 올해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의 EBITDA가 각각 약 2000억원씩, 총 6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보유 현금 약 3000억원을 더하면 총 9000억원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또 3년 간 3번에 걸쳐 분할 지급하는 분납 계약으로 삼성테크윈의 경우 내년 6월 전체금액의 50%인 4200억원을 납부하고 1년 후에 나머지 4200억원을 납부하게 된다. 삼성종합화학의 경우에는 한화케미칼이 내년 6월 2056억원, 2016년 6월 1543억원, 2017년 6월 1543억원을 납부하게 되고 한화에너지는 각각 2183억원, 1637억원, 1637억원을 납부하면 된다.
한화 관계자는 "보유현금과 일부 보유자산 유동화를 통해 인수자금의 70~80% 정도를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자체 사업에서 창출되는 자금으로 남은 대금을 납부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인수 참여 계열사의 EBITDA창출력, 보유자산, 재무구조를 고려할 때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이유로 여타 계열사가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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