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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졸속 정책이 '유치원 대란' 키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7초

'과열경쟁' 억제한다고 가나다군 나눠…유치원별 격차나 학부모 선호도 무시한 '미봉책'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유치원 입학경쟁 과열을 막겠다며 올해부터 가·나·다군(群)별 총 4회로 접수를 제한하기로 했으나 졸속 추진으로 혼란만 가중돼 학부모들의 원성이 높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유치원이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군'을 나누는 등 현장 사정을 파악하지도 않고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일 각 교육지원청 및 시내 유치원에 '2015학년도 모집에서 중복 지원이나 중복 등록한 유아는 모든 유치원에서 합격이 취소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앞서 유치원들을 '군'별로 나눠 사립유치원은 가군(4일)·나군(5일)·다군(10일), 공립유치원은 가군(10일)과 나군(12일)에 배치해 추첨일당 한 곳씩 총 4회만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까지는 지원에 제한이 없어 해마다 추첨일이 되면 온 가족과 친척까지 동원돼 여기저기 흩어져 추첨에 참여하는 등 유치원 입시가 과열된다는 지적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4일 첫 추첨이 이뤄졌으나 학부모들은 계속되는 혼란 속에 분통만 터뜨렸다. 공통된 불만은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들이 한 군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송파구에 사는 한 학부모는 "군을 나눌 것이 아니라 지원 횟수만 제한해도 과열경쟁 억제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텐데 왜 이렇게까지 해서 부모들을 불안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파구 가락동의 경우 동네 유치원 다섯 곳 중 네 곳이 '나'군에 속했으며 이들 유치원이 서로 반경 800m 이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떨어질 경우 아이를 먼 거리로 통학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같이 학부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향후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4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원아 모집이 시작된 만큼 올해는 중복지원을 적발해 합격을 취소시킨다는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졸속으로 일을 추진해 혼란을 일으켜놓고도 근본 원인을 짚지 못하니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마다 나타나는 유치원 입학 대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유치원들 간의 큰 격차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마다 '입학 전쟁'이 되풀이되는 것은 수업료 일체가 무료이고 교육의 질도 안정적인 공립유치원과 학부모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일부 사립유치원에 신청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원하는 유치원들에 무조건 다지원을 해보는 수밖에 없어, 특정 유치원들에 경쟁자가 몰리는 것이다. 결국 일부 학부모는 두세 군데 중복 합격하고 어떤 학부모는 하나도 뽑히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중복 합격한 학부모들이 등록하지 않은 유치원에 대한 '눈치작전'이 이어지는 등 입학 직전까지 혼란이 계속돼왔다.


결국 유치원별 격차나 학부모 선호도를 무시한 채 단순히 '군'별로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으로는 해마다 반복되는 유치원 대란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과 12일 2회로 제한된 공립유치원 추첨에 참여할 예정인 한 학부모는 "현장 사정을 전혀 모르고 정책을 만드는 것 같다"며 "과도한 교육열에 사로잡혀 특정 유치원에 매달리는 부모들도 없진 않겠지만, 단지 아이를 안심하고 가깝고 편한 유치원에 보내고자 하는 부모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대덕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지역적 형편을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인 잣대, 일방적인 제재로 해결하다 보니 혼란이 가중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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