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59)씨의 국정개입 의혹 문건과 관련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5일 오전 9시 58분께 검은색 외투를 걸친 정장차림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나타난 조 전 비서관은 문서유출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검찰 조사를 통해 이를 증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문건 작성을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어진 소임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 가족이나 부하직원들에게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 오늘 검찰에서 알고 있는 진실을 성심성의껏 최대한 성실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문건유출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그는 "전혀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출석 전 박 경정과의 연락 여부에 대해서는 "통화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조 전 비서관은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와 문건유출을 담당하는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에서 잇달아 조사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을 상대로 청와대 문건의 실체와 이같은 문서를 작성한 경위, 지시보고 체계, 유출경로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조 전 비서관은 전날 소환된 박관천 경정(48)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파견됐을 당시 직속상관으로 근무했다.
검찰은 문건에 적힌 이른바 '십상시'의 실체와 정기적인 회합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 명예훼손과 문건유출을 확인하기 위한 첫 단추로 보고 있다. 따라서 조 전 비서관이 해당 문건이 상당부분 사실이라고 주장한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청와대가 해당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이후 조 전 비서관은 '문건의 신빙성이 60% 이상 된다'며 '찌라시'로 일축한 청와대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경정은 이날 오전 4시40분까지 19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경정은 문건 작성시 사실관계를 파악했으며, 문건유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 실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모두 1차 조사를 받음에따라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의혹의 중심에 선 정윤회씨와 문건에 거론된 다른 청와대 참모진들을 이르면 내주께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전날 김춘식 청와대 행정관을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김 행정관은 문건에서 '십상시' 멤버들의 연락책을 담당한 것으로 적혀있다. 김 행정관은 모임의 실체와 정기적인 회동 등의 내용이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십상시의 회합 장소로 지목된 서울 강남의 중식당 등을 압수수색해 결제관련 서류와 예약자 리스트를 확보하는 한편 김모 사장을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박 경정이 엿새간 청와대 관련 서류를 보관했던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경찰관들과 박 경정의 지시로 그의 컴퓨터 파일을 삭제해 준 경찰관도 조사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사건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송수신자의 위치정보를 확보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실체 규명을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문건유출 경로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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