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소니 영화사 해킹 사건과 관련해 북한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소니 측 컴퓨터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데이터를 파괴한 악성 소프트웨어에 한글 코드가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번 해킹 수법이 지난해 3월 한국에서 발생한 해킹 사건과 유사한 것도 북한의 소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사이버 공격으로 KBS·MBC·YTN 등 3개 방송사와 신한·농협·제주은행 등 3개 은행 전산망이 마비됐으며 한국 정부는 해킹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었다.
지난주 소니 해킹에 사용됐던 이 악성 소프트웨어는 단순히 컴퓨터 시스템에 저장된 정보를 단순히 훔치거나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의 데이터 파일을 덮어쓰거나 컴퓨터 부팅에 필요한 정보의 저장 장소인 MBR(마스터 부트 리코드) 등을 손상시킨다. 통신은 컴퓨터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든 이러한 수법이 북한 사이버 공격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보안회사 사이버스폰스의 조 루미스 대표는 "이번 사건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조사 중이고 북한의 소행이라고 결론짓기에는 시기가 이르지만 여러가지 정황과 증거들이 북한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공격을 통해 북한도 이 정도 수준의 사이버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려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산하 국제사이버정책센터의 도비아스 피킨 이사는 "북한에서 약 1500명 가량이 '유닛121'로 알려진 해킹 전문 허브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FBI는 추가 피해 기업이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른 미국 기업들에도 컴퓨터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데이터를 파괴하는 악성 소프트웨어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
이번 해킹 사건은 소니 영화사가 만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다룬 코미디 영화 '인터뷰'의 25일 개봉을 앞두고 발생했다. 북한은 영화 상영에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해킹 공격으로 회사 내 컴퓨터 시스템이 다운되고 '퓨리' '애니' 등 블록버스터급 영화 상당수가 온라인상에 유출됐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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