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여력 없는 계층 주담대로 생활자금 빌려…은행 건전성 유의해야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이후 취약계층의 주택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갚을 여력이 없는 사람이 주담대 시장으로 들어와 은행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연구원,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KCB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주택금융규제 완화, 그 효과는' 정책콘퍼런스에서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규제완화 이후 재무건전성이 낮은 차주의 은행권 유입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이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함께 주택담보대출 신규고객 총 188만566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추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 중 다중채무자 비중은 7월엔 15%대에 머물렀으나 8월엔 20%를 웃돌았다. 9월과 10월 다중채무자 비중은 소폭 밀려 20%대를 하회했지만 19%대 안팎을 유지했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회사에 대출잔액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다.
장 박사는 "추가 대출을 받은 대출자 그룹에서 다중채무자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규제완화 이전 대출 여력이 없던 차주들이 규제완화 직후 생활자금 용도로 대출을 확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추가 주택담보대출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7월 11%에서 9월 13%로 뛰었다. 장 박사는 "신규 은행 주담대출 중 상당부분이 (자영업자의)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으로 활용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했다.
장 박사는 특히 이번 대책이 지난 8·28 대책보다 더 크게 주택대출을 늘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래프 경사를 보면 8·28대책 당시 보다 훨씬 더 빨리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은행과 2금융권의 대출 건전성 우려를 높이고 있다. 신용도가 낮고 생활형편이 어려운 계층의 빚이 늘어 은행 입장에선 떼일 우려가 큰돈이 많아진 이유에서다. 장 박사는 "은행은 기존 고객에 비해 신용도와 이자상환부담이 열위인 차주가 2금융권으로부터 유입됐고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우량한 차주들이 이탈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면서 "대출 건전성 저하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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