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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면활성제 없이 물과 기름 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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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연, 나노기술 이용해 관련 기술 첫 개발

계면활성제 없이 물과 기름 섞는다 ▲추민철 박사가 초음파 집속장치를 통해 기름입자를 물속에 분산시키고 있다.[사진제공=한국표준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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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물과 기름을 계면활성제 없이 섞는 기술이 처음으로 개발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계면 활성제를 사용하지 않고 화장품, 샴푸, 비누, 세재, 식품 등을 제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자연적으로 섞을 수 없는 물과 기름을 인공적으로 혼합하기 위해 계면활성제가 첨가된다. 천연계면활성제라 하더라도 화학공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유해 가능성은 존재한다.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고 물과 기름을 섞을 수 있다면 계면활성제 부작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강대임) 신기능재료표준센터 추민철 박사팀이 실온과 대기환경에서 기름을 물속에 나노크기로 분산(SFNE: Surfact Free Nano Emulsion)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물과 기름을 섞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름입자를 나노크기(10억분의 1 m)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름입자는 서로 응집하게 돼 짧은 시간 내에 물과 분리되기 쉽다.

추민철 박사팀은 새로 개발한 '초음파 집속 장치'를 통해 기름입자를 수십 나노미터(nm) 크기로 분산시키는데 성공했다. 원통형 압전자를 이용해 제작된 이 장치는 물과 기름의 혼합 용액에 약 500㎑의 고주파수를 쏘아 원통 중앙에 강력한 에너지를 집속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초음파 집속 장치'는 초음파로 인해 압력과 고온이 발생하는 공동현상(Cavitation)을 최대로 높여 물속의 기름입자를 작게 분해한다. 또 용액을 순환시킬 수 있도록 설계해 균질하게 분산이 가능하며 대량생산이 쉽고 자동화 연속 공정으로도 구현이 가능하다.


기존의 배스(Bath)형 또는 호른(Horn)형 초음파장치(주파수: 20㎑)로도 기름입자를 분산시킬 수 있는데 입자크기가 수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 m)로 크기 때문에 기름입자가 서로 응집되고 수일 내에 물과 분리되는 한계가 있었다. 추민철 박사는 올해 4월 초음파 집속장치를 통해 대표적 화장품 성분으로 많이 쓰이는 세티올(Cetiol) 오일과 천연 올리브 오일을 계면활성제를 사용하지 않고 각각 증류수와 섞는데 성공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나노에멀전 형태로 안정되게 분산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기술을 이용하면 앞으로 계면활성제 없이도 물속에 오일을 나노크기로 분산(나노에멀젼)할 수 있어 친환경 화장품, 제약 및 의약 분야에 새로운 개념의 신제품 개발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노입자의 분산에도 적용 가능한 기술로 반도체, 화장품, 페인트, 잉크, 의?제약, 음료 및 약물전달물질(DDS: Drug Delivery System) 등 다양한 분야의 분산 공정에 활용이 가능하다.


추민철 박사는 "이번 성과는 물과 기름을 실온에서 계면활성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혼합할 수 있는 현존 유일의 기술"이라며 "인체 친화적 화장품뿐만 아니라 의료, 식품분야에서도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 사회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올해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 독일, 중국 4개국에 국제출원을 마친 상태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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