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적인 소비 문화 '블랙 프라이데이'에 맞서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11월 마지막 금요일.
미국에서는 이날 최대 90%까지 물건을 값싸게 판다. 사람들이 쇼핑몰로 몰린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 사고의 위험이 많다. 떼거지로 몰리는 소비자들에 비해 비상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연출된다. 탈출구가 없다. 추수감사절 바로 다음날, 미국은 이때를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라 부른다.
소비가 한 순간에 폭발하고 집중되는 시기이다.
요즈음, 이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모바일과 인터넷 등 여러 가지 정보통신망 덕분이다. 전 세계에 있는 소비자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자신이 살 목록을 미리 준비해 준다. 카드를 사전에 꼼꼼히 마련해 놓고 '블랙 프라이데이'가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이른바 해외직접구매(직구)이다.
인터넷에서 쇼핑이 시작되는 순간 전 세계에서 클릭이 폭발하고 한 물품에 집중된다. 몇 분이 지나 모두 팔려나가고 만다.
현장에서든 인터넷상이든 한 물품으로 손길과 클릭이 폭발적으로 빨려든다. 우주의 '블랙홀(Black hole)' 현상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돈과 클릭을 한 물품에 쏟아내는 소비자들의 손길은 그럼에도 끝이 없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전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소비가 폭발하고 집중되는 이 시기에 맞서 이 날을 '블랙홀 프라이데이(Blackhole Friday)'로 삼았다. 미국의 폭발적인 소비문화에 일종의 메시지를 보내는 의미도 녹아 있다. 쇼핑백을 드는 대신 블랙홀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광적인 소비문화에 맞서 블랙홀의 신비로움과 우주 현상을 보여줌으로써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하는 목적도 숨어 있다. 지난 해 부터 시작됐다. 올해 두 번째 '블랙홀 프라이데이'를 나사가 준비했다. 블랙홀 프라이데이에 우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쇼핑백을 내려놓고 나사가 펼쳐놓는 블랙홀에 대한 여러 가지 사진과 신비로운 현상들을 볼 수 있다.
블랙홀은 중력이 아주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다. 별이 죽음을 맞이할 때 발생하기도 한다. 별이 블랙홀로 빠져드는 현상도 일어난다.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블랙홀을 볼 수 없다. 블랙홀은 보이지 않는다. 특별한 장치를 갖춘 우주망원경을 통해서만 관찰할 수 있다.
블랙홀은 얼마나 클까.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다. 과학자들은 한 개의 원자만큼 아주 작은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같은 블랙홀은 아주 작은데 그럼에도 큰 질량을 가지고 있다. 나사 트위터(https://twitter.com/NASA)를 클릭하면 '블랙홀 프라이데이'에 대한 여러 가지 사진과 설명을 볼 수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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