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극에도 남녀 뇌 반응 달라
의사결정권자 성비 한쪽으로 쏠리면 위험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남자와 여자는 어느 한쪽이 월등한 게 아니라 태생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합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가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4 아시아 여성 리더스 포럼'에서 '건강한 조직'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한 사안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이 되려면 '성다양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교수는 "남녀는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다"면서 "인간이라는 존재로 경쟁을 할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다르게 타고났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하는 뇌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직장 내에서도 남녀는 더 잘하는 업무나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조직이 더 창의적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체성과 경험이 공존해야하는 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성 정체성"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예로 들며 조직 내 의사결정권자 성비가 한쪽으로 쏠리는 데 위기의식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를 인용해 "남성은 상대적으로 위기관리에 능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호황일 때는 승승장구하지만 상황이 어려워지면 동굴로 숨는 경향이 있다"면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남자가 많아 잘 대처하지 못한 회사가 금융계 전체 문제를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리먼브라더스는 지난 2007년부터 불거진 미국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른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로 파산한 글로벌 투자은행이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는 지난 2008년 리먼 형제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세계 경제가 위기국면을 맞이하고, 대형 미국 은행들이 쓰러졌던 사건이다. 정 교수는 "리먼 브라더스가 아니라 리먼 시스터스(sister)였다면 위기는 달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나라의 여성 리더들과, 앞으로 리더가 될 여성들이 다양한 사람들이 창조적이고 유연하게 위기를 극볼할 수 있게 하는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W리더십, 뜨겁고 당당하게 세상을 품다'를 주제 개최된 이번 포럼에서는 멘토단장인 박경순 국민건강보험공단 징수이사가 새 시대의 여성 리더십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특별 연사로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오종남 스크랜턴 여성리더십센터 이사장 등이 참석해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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