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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엽기 살인’ 뉴스에 가려진 진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9초

[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 최근 만 20세가 안 된 젊은 부모가 생후 1개월의 아기를 죽음으로 내몬 사건이 있었다.


평소 양육 문제로 부부싸움을 이어가던 중 끔찍한 범행을 공모했다. 아빠 A씨는 엄마 B씨를 밖에 나가 있으라고 한 뒤 아기를 냉장고 냉동실에 넣었다. 두 사람은 술을 마시러 나갔다. 20분이 지난 후 돌아왔는데 아기 우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A씨는 다시 B씨를 밖으로 내보내고 아기 목을 조른 다음 냉동실에 넣었다. 갓 태어난 생명은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 시간 A씨와 B씨는 친구들과 술을 마셨고 노래방에서 새벽까지 노래를 불렀다.


일반인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엽기적인 행동이다. 판사의 판단 역시 마찬가지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항소심에서 징역 12년형을 확정받았다. B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공분(公憤)했다.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간 젊은 부모의 행동에 대한 분노다. 사람들의 분노는 판사들에게도 이어졌다. B씨가 받은 징역 5년형이 너무 약한 처벌이라는 인식이었다. 판사들은 정말 일반인의 상식과 동떨어진 '황당한 사고'의 소유자들일까.


판결을 전하는 뉴스는 사건의 100%를 담아낼 수 없다. 기사 분량의 제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건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게 부적절할 때도 있다. 이번 사건 역시 구체적인 시체 유기 방법은 언론도 자세하게 전하지 않았다.


이런 사건을 너무 상세하게 전할 경우 '모방범죄' 가능성도 있어서다. 엽기적인 사건은 관심이 높다. 그러나 일반인은 사건의 내막을 완벽히 파악할 수는 없다. 몇 마디의 뉴스제목과 기사 몇 줄을 통해 사건의 윤곽에 다가설 뿐이다.


판사들은 판결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고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할 뿐이다.


판사는 정말로 B씨를 봐준 것일까. 판사는 아무런 기준도 없이 형량을 정하지는 않는다. 법관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판단하지만 기본 틀은 '양형기준'이다. A씨나 B씨 형량 역시 양형기준을 토대로 결정됐다.


B씨는 1심에서 장기 9년형, 단기 5년형을 선고받았다. 복역성적을 봐서 석방 여부를 결정하는 '부정기형'이다. 1심 법원은 "B씨는 산모로서 당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있었고 살해행위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B씨가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5년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유는 형사소송법에 원인이 있다. 형사소송법 제368조(불이익변경금지원칙)는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은 원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1심이 끝난 후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B씨만 항소했다. 법적으로 보면 항소심 법원이 선고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은 징역 5년형이다.


따라서 항소심 법원과 대법원이 B씨를 봐주려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물론 판사도 비판의 성역은 아니다. 적절한 견제와 비판은 필요하다.


하지만 판결의 내막을 파악하지 않고 섣불리 결론을 내리면 '마녀사냥' 오류에 빠질 수 있다. 판결 뉴스를 통해 드러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류정민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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