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세'와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지난주 여론마당의 핫이슈다. 전자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1인 가구(싱글)에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인구정책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의 고위 관계자가 언급했다. 인터넷이 들끓자 "저출산 해결 방안을 고민하다 나온 얘기"라며 황급히 거둬들였다.
후자는 매해 신혼부부 10만쌍에게 5~1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포럼을 출범시키며 제기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또 다른 무상 시리즈'라고 공격하자 '임대료를 받는 임대주택인데 무상이라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 맞받았다.
두 이슈가 절묘한 시기에 터졌다. 마침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예산 부족을 둘러싼 복지 논쟁으로 조세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터다. 둘 다 저출산 해소 대책인데, 전자가 싱글에 가하는 페널티라면 후자는 신혼 커플에 주어지는 인센티브라는 게 차이점이다. 같은 문제를 다루면서도 접근법이 다른 두 이슈가 동시에 인터넷과 정치판을 달군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실효성 있는 저출산 대책을 요구하고 있음이다.
저출산의 여파는 곳곳에서 심각하다. 4년 뒤 2018년부턴 대학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생보다 많아진다. 대학 스스로 통ㆍ폐합하거나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병역자원이 달리고, 경제활동의 중추인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내후년부터 줄어든다. 총인구도 2030년에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는 구조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우리 사회의 적지 않은 문제의 근원이 저출산에 따른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에 있다. 저출산 해소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역대 정부도 관심을 쏟았고,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영ㆍ유아 보육 제도를 확충하는 등 대책을 시행했다. 그래도 현실은 13년째 출산율 1.3명 이하인 초저출산국이다.
이런 '출산 파업'을 중단시키는 데 세금을 물리는 페널티와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인센티브 중 어떤 게 효과적일까? 어느 한 쪽을 편들 생각은 없다. 싱글세는 생뚱맞고 '신혼 집 한 채'는 설익었다. 그래도 페널티보다 인센티브가 효과가 있고, 사람들도 인센티브를 원할 것이다. 관건은 재원이다. 재원으로 거론된 국민주택기금은 여유가 별로 없고, 저소득층이나 노인ㆍ장애인 가구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다른 재원을 생각해보자. 올해 적립금 400조원으로 세계 3대 연기금에 랭크된 국민연금이 있다. 고령화로 연금 받는 노인은 늘어나는데 저출산으로 연금 붓는 젊은이가 줄어들면 국민연금도 장차 고갈되고 만다.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하려면 기금을 출산율과 고용률을 높이는 데 투자해 연금을 낼 인적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처럼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집중했다가 증시와 부동산 시장이 고꾸라지면 낭패를 보게 된다. 연금을 납부하는 자원인 인구를 늘리는 데 돈을 쓰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로 세대갈등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따지고 보면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의 원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매해 12만쌍의 신혼부부에게 '보금자리 주택'을 제공하겠다고 공약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신혼부부와 대학생 등에게 14만채의 '행복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둘 다 자금과 부지 확보가 어려워 제대로 안 됐다. 그러자 야당이 내용은 비슷한데 슬로건을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로 걸고 주거 부담을 덜어 결혼 문턱을 낮추자는 저출산 대책으로 포장해 내놓은 것이다.
여야가 정치 공방만 벌이지 말고 합의점을 찾을 수는 없는가. 박 대통령이 통 크게 야당 의견을 받아들여 '신혼부부에게 행복주택 한 채를' 슬로건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릴 수는 없는가. 한국 정치사에 '여야 정책합작'의 역사를 쓰며 전국적으로 아이 울음소리도 늘리는 방법은 의외로 가까이 있다.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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