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근로자가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시간제근로자는 203만2000명으로 10년 전 107만2000명에서 갑절가량 늘어났다.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에서 7.9%로 증가했다. 취업자 100명 중 8명은 시간제근로자라는 얘기다. 정부가 2010년 공공부문에 시간제 근무를 도입하는 등 일자리를 늘리려고 단시간 근로를 장려한 영향이 크다.
시간제근로는 활용만 잘 하면 저출산ㆍ고령화시대의 노동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경력단절 여성에게 재취업의 길을 열어줘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돕고 청년, 고령층에게도 일할 기회를 넓혀준다. 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75%가 피크시간대 인력난 해소, 생산성 향상 등에서 만족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근로자, 기업 모두에게 이득인 셈이다.
하지만 질 낮은 비정규직만 양산한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정규직보다 임금이 훨씬 낮은 데다가 안심하고 계속 일하기도 어려운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전체 임금 근로자 대비 시간제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비율은 2011년 65.6%에서 2012년 61.5%, 2013년 61.0%으로 계속 떨어졌다. 60세 이상(28.5%)과 20대(20.8%)가 시간제근로자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93만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시간제근로가 일자리 확대에 보탬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세운 '양질의' 일자리는 기대만큼 창출되지 않고 있다. 양을 늘리려고만 할 게 아니라 질적인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의 차별을 줄이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평균 전체 고용의 16.5%가 시간제일자리이며 특히 네덜란드는 37.8%에 달한다. 전일제 근로자와 비교해 임금, 승진 등에 있어 같은 대우를 받기 때문에 비정규직 제도가 뿌리 내릴 수 있었다. 정부가 양적 목표달성에 집착하면 질 낮은 일자리만 늘리는 우를 저지를 수 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에 적합한 직무를 적극 개발하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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