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업병 협상 조정위원에 정강자·백도명 교수 추천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병을 얻은 피해자 가족들과 삼성전자 간 조정위원회 설립이 가시화됐다.
삼성 직업병 협상 조정위원장에 추대된 김지형 노동법연구소 해밀 연구소장(전 대법관)은 조정위원 2명을 추천, 삼성전자에 전달한다고 14일 밝혔다.
김지형 전 대법관은 이날 "정강자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를 조정위원 2인으로 삼성전자에 추천한다"며 "윤혜정 사단법인 노동법연구소 해밀의 상근 연구위원을 서기로 임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조정위원회는 가족대책위원회와 삼성전자 간 합의에 의한 기구다. 그러나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등 피해자 대표들 간 입장차로 조정위원 선정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 교수는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를 역임하고 현재 한국젠더법학회 이사와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하며 젠더법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김 전 대법관은 "정 교수가 노동문제를 비롯해 양성평등 실현, 인권보장 영역 확장 등의 활동을 다양하게 펼쳐왔다"며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결정을 많이 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백 교수는 직업성 및 환경성 질환, 직업안전보건관리 등 산업보건 분야의 국내외 최고 권위자다.
백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런던대학교와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산업보건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김 전 대법관은 백 교수에 대해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뛰어난 연구업적과 활동을 쌓고 있다"며 "이번 조정사건에서는 직업병을 다루는 산업보건 분야의 전문적 식견이 절실히 필요해 전문가로서 역할이 크게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가족위는 지난달 8일 조정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가족위 외 반올림, 피해자 가족 등 서로 의견이 갈리면서 조정위원회 구성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초 피해자 가족은 8명이 함께 투쟁했지만 이 중 6명은 빠른 협의를 촉구하며 가족위를 따로 결성했고, 황상기씨와 이종란 노무사 등 반올림은 의견이 달라 가족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반올림은 조정위 구성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조정위 구성에 대해 반대하는 시각 때문에 조정위원으로 선뜻 나서는 인물도 없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은 "조정위가 역할을 다하려면 조정위원회 구성이라는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한데, 반올림의 의견도 경청해야 했다"며 "이번에 추천한 조정위원 2명은 반올림의 의견도 들은 후 선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조정위원 추천까지 진행된 만큼, 삼성전자가 조정위원 구성에 대해 동의하면 앞으로 협상이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위와 삼성전자 사이의 조정위원회 구성안에 의하면, '조정위원장이 조정위원 2인을 추천하고 서기를 임명하되, 이에 대해 가족위와 삼성전자의 사전 동의를 얻고 반올림의 의견을 듣기로 한다'고 정해져 있다.
김 전 대법관은 "가족위와 삼성전자에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한 후, 공식 동의를 얻는 대로 조정위원회의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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