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정책자문단 출신 사장 취임
공사 연구원 역임, 나홀로 아파트 10여년째 생활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세입자들은 전세가격이 올라 고통을 받고 있어요. 전세가 월세가 되고, 월세는 더 비싸고…. 과거보다 주거환경이 더 나빠진거죠. 그러면 집주인들은 좀 나아졌을까요? 다들 하우스푸어가 돼 빚 갚느라 정신 없죠. 자기 집보다 좀 더 늘려가려면 엄두가 나질 않는 겁니다. 세입자와 가옥주, 모두가 힘든 상황이에요.”
지난 6일 세종대학교에서 만난 변창흠 SH공사 사장(49)은 주거복지가 서울시의 시급한 현안으로 꼽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공기업 경영에 몰입하기 전 마지막 강의를 끝낸 후 내정자 신분으로 담담하게 주택시장 전문가로서 현안과 과제, 전망 등을 풀어냈다.
변 사장은 최근의 주택시장에 대해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떨어지고, 가격이 떨어지면 주거복지가 증대될 것이라는 그동안의 정책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주택정책이나 해결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풀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앞으로 SH공사 수장으로서 그 해답을 찾아가는 데 앞장서겠다는 다짐으로 해석됐다.
SH공사 출범 이후 최연소 사장이자 SH공사 출신으로는 첫 번째 사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변 내정자는 지난 1996~1999년 공사 연구개발실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익히 알려진대로 변 사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택정책을 이론적으로 지지하고 조언해 온 인물이다. 사실상 박 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 및 도시재생 공약도 선거 캠프 자문역할을 했던 변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서울시는 “공사가 주거복지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을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육성하는 데 적임자로 평가돼 발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도시재생과 관련해 변 사장은 “현재 주거환경관리 사업으로, 창신·숭의도시재생 사업이다 해서 시범사업이 일부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보편화됐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특히 서울의 경우 여전히 재개발을 도시재생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놓은 경우가 상당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비사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지역에는 하루 빨리 사업재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하고, 정비구역 해제를 선택한 지역에는 새로운 개발 모델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서울시의 임대주택 8만호 공급 목표와는 별개의 방식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임대주택도 단일 방식이 아니라 각 지역별로, 대상별로 여러 가지 유형으로 만들면 집 없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른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임대주택에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아울러 좀더 싼 임대주택 유형 개발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전 취임한 변 사장은 대학교수인 아내, 두 딸과 함께 이수역 인근 ‘나홀로 아파트’에 10여년째 살고 있다. 부부가 지하철로 출퇴근하기 쉽고 두 딸의 교육환경을 고려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홀로 아파트라 집값이 싸다”고 강조했다.
최근 서울시가 주력하고 있는 협동조합형 주택은 변 사장의 ‘작품’이다. 2011년 수행한 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변 사장은 당시 주택재정비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재정 부담을 초래하지 않는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대안 주택으로 협동조합주택 도입의 타당성을 검증했다.
물론 SH공사가 그동안 진행해 온 택지개발 사업과 임대주택 관리 등 기존 사업은 비중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SH공사는 부채가 7조원 가량 남아 있어 수익창출을 위한 새로운 사업을 계속 발굴해야 한다.
주거복지 전문기관으로서 임대주택 공급 및 관리 뿐 아니라 입주민들의 생활안정과 자활을 돕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새로운 조직을 꾸리고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는 일도 관건이다. 앞으로 도입될 주택바우처 제도 역시 SH공사가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지급하고 관리할 것인지를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교수 출신으로서 경영능력이나 조직 통솔력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서는 변 사장은 이렇게 자신했다. “원래 우리 같이 오래 공부한 사람들은 10년씩, 20년씩 같은 얘기 반복하며 연구하거든요. 그러다 주인 만나면 정책이 실현되는거지요. 저도 마찬가진데, 사실 주거복지, 도시재생 만큼은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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