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35억유로 발행, 7년만에 최대…저렴한 조달비용 때문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 기업들의 유로화 채권 발행이 7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미 업계가 금리인상이 예정된 자국에서 유럽으로 자금 조달처를 바꾸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은 전날 유로화 채권 28억유로(약 3조8006억원)어치를 발행했다. 같은 날 시티그룹도 5년 만기 유로화 회사채 발행으로 10억유로를 조달했다. 미국 제2의 제약업체 머크는 25억유로어치의 회사채를 지난달 발행했다.
미 비금융 기관으로 최대 규모의 유로화 채권을 발행한 곳은 통신회사 버라이즌이다. 올해 버라이즌이 유로로 조달한 자금은 30억유로다. 버라이즌은 파운드화 채권 8억5000만파운드어치 도 함께 발행했다. 버라이즌이 지난해 조달한 자금 490억달러(약 53조3267억원) 모두 달러 표시 회사채였던 것과 비교된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 기업들이 조달한 유로화 자금은 535억유로다. 이는 2007년 이후 최대치로 지난해 전체 발행액 470억유로도 이미 넘어섰다. 올해 미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유로화 채권 비중은 8%다. 이도 7년만에 최고치다.
미 기업들이 자금 조달처를 유럽으로 바꾸는 것은 저렴한 금리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투자등급 채권을 달러로 발행할 때와 유로로 발행할 때의 금리격차(스프레드)는 1.88%포인트다. 2008년 10월 이후 금리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진 것이다. 그만큼 유럽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싸졌다는 뜻이다.
유로화 표시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금리는 올해 들어서만 0.88%포인트 내렸다. 유럽에서 주요국 국채와 회사채 간 스프레드는 현재 0.94%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의 경우 1.3%포인트였다.
애플이 이번에 발행한 7년 만기 유로화 채권의 표면금리는 1.082%다. 애플이 지난 4월 발행한 7년 만기 달러 표시 채권 금리(2.892%)보다 1.81%포인트 낮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 기업들의 유로화 회사채 발행 러시가 수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사이의 통화정책 방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금리인상이 예정된 미국과 경기부양 압박이 심한 유럽의 회사채 금리 격차 역시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투자은행 JP모건은 ECB가 오는 2018년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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