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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생김새보다 '감정 색깔'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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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그라증후군을 통해 본 인간관계

[과학을 읽다]생김새보다 '감정 색깔' 더 중요 ▲카프그라증후군 환자는 유명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를 인식하지 못했다.[사진제공=뉴사이언티스트/Thomas Hoepker/Magnum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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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카프그라증후군을 아시는지요?"

카프그라증후군(Capgras syndrome)은 자신과 아주 가까운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는 것을 말한다. 카프그라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자신의 배우자를 두고 "분명 내 아내와 닮았는데 내 아내는 아니다"라고 머리를 흔들곤 한다.


가까운 사람 중에서 특히 자신의 배우자에게서 이런 증후군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다. 자신의 배우자를 누군가 사칭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심지어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애완동물조차 다른 비슷한 동물이 대체돼 있다고 믿는 증후군이다.

캐나다 웨스턴대학의 크리스 피아코니 박사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인지테스트와 뇌를 스캔했다. 연구팀은 치매를 가지고 있는 두 명의 남자 지원자를 대상으로 했다. 한 명은 카프그라증후군을 가지고 있었고 한 명은 그렇지 않았다. 이후 이 결과를 건강한 10명의 같은 연령대의 남자와 비교했다.


카프그라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참가자의 경우 자신의 배우자를 두고 누군가 사칭하고 있다고 믿었고 계속해서 반론을 제기했다. 자주 자신의 아들에게 "왜 이 여자를 엄마라고 확신하느냐"며 질문을 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평생 동안 접했을 유명인들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테스트했다. 마릴린 먼로 같은 유명 배우의 이름, 목소리, 그림을 보여준 뒤 그들이 인식하고 있다면 그 다음에 이들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어느 정도인지를 테스트했다.


카프그라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남자의 경우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 등을 인식하지 못했다. 카프그라증후군을 가지고 있지 않는 나머지 지원자 한 명과 건강한 10명의 비교대상자들은 얼굴과 목소리로 유명배우를 인식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이름으로 구분하는데는 카프그라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환자도 혼란을 느끼지 않았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인식하는 데는 두 가지 통로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나의 방법은 구조적 생김새를 통한 인식이다. "맞아. 나는 코와 눈 머리카락으로 알 수 있어"라는 통로이다. 또 다른 방법은 다른 사람과 관계 맺고 있는 감정적 연결에 있다고 설명했다. 카프그라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이 감정적 연결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피아코니 박사는 "감정적 신호가 인간관계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의 이번 실험은 사랑하는 사람과 감정적 관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감정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 배우자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에 있어 '감정적 색깔'이 구조적 모습보다는 더 중요하다는 연구결과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피아코니 박사는 "카프그라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 '그녀는 내 아내와 비슷한데 그녀는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그 배경에는 이런 감정적 색깔을 해석하는데 혼돈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번 실험은 몇 명에 국한된 작은 연구결과이기 때문에 카프그라증후군에 대한 전반적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는 지니고 있다. 한편 카프그라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감정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전두엽에 손상이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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