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박준용 기자] 검찰이 '민주화를위한변호사'에 소속된 변호사 7명에 대해 무더기로 징계를 신청하면서 그 대상과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변호사 징계 신청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변은 변호사의 권리를 침해하고 특정 단체에 대한 탄압행위라며 맞서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동주)는 5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집회 때 경찰에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권영국(51), 김유정(33), 김태욱(37), 송영섭(41), 이덕우(57) 변호사에 대한 징계 개시를 대한변호사협회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간첩사건에서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수사 중이던 시위사범에게 묵비권을 행사하도록 했다는 이유 등으로 장경욱(46), 김인숙(52) 변호사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청했다.
이들은 모두 민변 소속의 변호사들로 앞선 5명은 해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장경욱·김인숙 변호사는 기소되지 않은 채로 징계 신청이 청구됐다.
검찰 관계자는 "변호사법에 따라 징계 신청을 한 것"이라며 "법상 기소된 건에 대해서만 징계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돼있지 않기 때문에 법률상으로는 하자가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또 "구속요건 등을 볼 때 기소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변호사의 품위유지 의무와 진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징계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법 97조 2항은 검찰 업무수행 중 변호사의 징계 사유가 발견되면 해당 지방검찰청검사장이 대한변협장에게 징계 개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범법 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에 대해 검찰이 징계를 요청하고 있지만 기소되지 않은 건에 대해 징계개시를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은 장 변호사에 대한 징계신청 사유로 그가 2012년 여간첩 이모(39)씨를 변론하면서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 때문에 변론 당시에서 2년이나 지난 시점에 징계를 신청한 것은 대립각을 세워 온 변호사와 단체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장 변호사는 서울시 간첩사건 피고인인 유우성(34)씨의 변론을 맡기도 했다. 장 변호사와 민변은 유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 행위를 폭로했고, 결국 유씨의 간첩혐의 무죄를 끌어냈다.
민변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징계 신청 대상자들은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집회에서 경찰권을 남용한 현장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끌어내고 국정원·검찰 불법 증거조작과 세월호 사건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한 변호사들"이라며 "인권과 정의·진실 하나를 움켜쥐고 맞섰던 변호사들에 대한 탄압이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의 이번 징계신청은 통상적으로 그 사유가 되는 개인적 비리가 아니며 명백히 부당한 것"이라며 "검찰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는 "민변 변호사들이 최근들어 길거리에서 불법 행위를 하고 경찰관 폭행 및 체포를 시도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사회적 평가를 받고 지나가야 한다고 본다"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의 징계신청을 접수한 대한변협은 20여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 파악을 할 예정이며, 징계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상임이사회에서 그 수위를 정하게된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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