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서울 전월세전환율 7.2%…종로구(8.5%) 가장 높고, 강동구(6.4%) 최저
전환율 낮아져도 오르는 전세금 토대로 환산, 주거비 부담 여전히 높아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서울 마포구의 2억7000만원짜리 아파트에서 전세 들어 사는 A씨는 최근 재계약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주변 전세시세가 1억원이나 올랐는데, 기회를 놓칠세라 집주인은 전세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월세 50만원씩을 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온 것이다. 전세금 상승분만큼 추가로 대출받을지, 그냥 월세를 내고 그대로 살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물론 그마저도 안 되면 이사를 가야겠지만 출퇴근 거리나 집 주변 환경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도 막막하다. 일단은 월세를 10만원이라도 깎는 쪽으로 협상을 해보자는 생각이다.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주택이 급증하며 전월세 전환율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세금 대신 월세를 얼마나 낼 것이냐를 나타내는 전월세 전환율은 정확한 근거 없이 주변 시세를 따르거나 일방적으로 제시되기 일쑤여서 서민들의 고민이 깊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 세입자들은 보증금 1000만원 대신 평균 월 5만9900원을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를 반전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기준을 말하는데, 금리가 낮아지면서 전환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특히 서울 월세입자들의 보증금 1000만원의 월세 치환 금액이 올 2분기까지 평균 6만원대였으나 5만원대 수준으로 처음 내려섰다.
서울시가 발표한 3분기 전월세 전환율은 7.2%로 지난 분기보다 소폭 하락했다. 2013년 3분기부터 조사를 시작한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3년 3분기 7.8%에서 4분기 7.6%로 낮아진 데 이어 2014년 들어서는 1분기 7.7%, 2분기 7.3%로 급속하게 낮아졌다.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25개 자치구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전월세 계약 중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된 4127건을 대상으로 ▲주택유형 ▲전세보증금 ▲권역별(5개) ▲자치구별로 나눠 발표했다. 최근 계약된 보증부월세 거래와 같은 조건을 지닌 물건의 전세가격과 비교해 산출했다.
그 결과를 보면 전반적으로 전환율은 낮아지고 있으며 전세보증금이 낮을수록 월세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 1억원 이하의 전환율은 8.2%로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보다 2%포인트 이상 높았다. 1억~2억원인 경우 6.3%, 2억~3억원 6.3%, 3억원 초과는 6.0%였다.
자치구별로는 종로구(8.5%)가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중구·성북구·금천구(7.7%) ▲서대문구·마포구·용산구(7.6%)순이었다. 25개 자치구 중 강동구(6.4%)가 가장 낮았다.
주택유형별로는 도심권 단독·다가구주택(9.2%)이 서남권 아파트(6.3%)에 비해 2.9%포인트 더 높았다. 모든 권역에서 단독·다가구 주택의 전월세전환율이 가장 높았고 다세대·연립이 그 뒤를 이었다. 아파트는 전월세 전환율이 가장 낮았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전월세전환율 상한선도 낮아졌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산정률은 기준금리의 4배수 또는 10% 중 낮은 값을 상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적용할 경우는 산정률 상한은 10월15일 기준으로 8% 이내여야 한다.
전월세 전환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세입자들의 부담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커졌다. 전세금이 꾸준히 오르고 있고 그 상승분만큼을 월세로 전환하고 있어서다. 기존의 전세보증금 일부까지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월세는 한 번 지불하면 세입자로서는 반환을 받을 수 없는 돈이다. 실질 소득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사이 세입자인 서민의 살림살이는 월세 급증 추세 속에 더욱 궁핍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월세 물량은 공급이 많고 금리가 낮아지고 있어서 전월세전환율이 하락했지만 이로 인해 주거비 부담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오르고 있는 전셋값을 토대로 월세가 정해지기 때문에 전세와 월세가격의 균형점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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