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어제 국회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제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설립을 검토할 단계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전에 고민해야 할 것"으로 "은행에 대해 산업자본을 허용할 것인지"와 "그에 따른 소유 제한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꼽았다.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도 논의해달라"고 덧붙였다.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인터넷 전문은행 제도 도입을 현안이 아닌 중장기 과제로 보는 어정쩡한 자세다. 금융제도 주무당국 수장이 설립을 검토할 때가 됐다면서 상세한 방안은커녕 큰 방향도 얘기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금산분리제 탓을 하고 사회적 공감대와 국회의 논의부터 앞세웠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점포를 두지 않거나 극소수만 두고 대면거래 없이 인터넷을 주된 영업채널로 이용하는 은행이다. 정보기술(IT) 인프라 환경의 발전과 관련 기기의 폭넓은 보급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 서비스에 대한 수요기반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2008년 그 도입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뒤 금융위는 손을 놓고 지냈다. 대표적인 제도적 장벽으로 꼽혀온 금산분리제와 금융실명제의 경우도 그것을 우회할 수 있는 방안이 전문가들에 의해 여러 가지로 제시됐지만, 금융위는 귀를 기울이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ㆍ영국ㆍ일본에 이어 최근 중국에도 등장하면서 새로운 금융업종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앞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온라인 또는 모바일의 소액 송금ㆍ결제 서비스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16개 은행과 손잡고 오는 11일 서비스에 들어가는 '뱅크월렛카카오'가 최근의 대표적 사례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도입되더라도 소액거래에 치중하는 특성상 금융산업 전반에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올 것 같지는 않다. 기존의 인터넷 뱅킹으로 만족하는 이용자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전문은행이 금융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금융거래의 편의를 높이는 효과는 작지 않을 것이다. 금융과 IT의 결합은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금융위가 좀더 진지한 자세로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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