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말부터 비용 비싸면 금융사가 파기 가능…소급은 불가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회계법인 지정감사를 받은 금융사가 1차로 지정된 회계법인과 계약을 원치 않을 경우 이를 파기하고 다른 회계법인을 지정받을 수 있게 됐다. 회계법인 지정감사는 회계법인이 집중적으로 한 회사의 감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금융감독원이 점수를 매겨 기준 이하인 곳을 1년에 한 번 지정감사 대상으로 정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1월 말부터 회계법인 지정감사 제도와 관련해 이같이 규정을 개선한다. 예외적으로 감리 조치를 받은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 업권에 해당된다. 소급 적용은 되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지정감사를 받게 되는 금융사는 산출되는 점수를 기준으로 순서대로 나열해 자산규모 크기 별로 회계법인을 지정해주고 있다"면서 "만약 지정된 금융사가 1차 회계법인과 계약을 원치 않을 경우 그 회계법인은 한 번의 기회를 영원히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제도 개선이 나오게 된 배경은 지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는 회계법인들이 독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보통 감사의 최대 6배까지 높여 금액을 받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규모가 영세한 저축은행에도 높은 금액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저축은행의 경우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금감원이 특정 저축은행에 대해 회계법인을 지정해 외부감사를 받는다. 올해 회계연도에 지정감사를 받아야 하는 저축은행은 44곳이다. 문제는 금액이다. 저축은행은 통상 1억∼2억원 정도면 회계법인 감사를 받는데 금감원 지정감사로 선정되면 회계법인이 5억∼6억원의 금액을 요구한다. 6억원은 매출 8조원 규모의 시중은행들이 회계법인 감사를 받는 정도 금액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들이 지정감사의 경우 법인이 책임을 져야하는 리스크가 있다고 하지만 금액 자체가 너무 비싸다보니 돈으로 때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예외적인 경우도 있고 당기순이익도 챙기기 힘든 저축은행에게는 지나친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이번 규정은 11월 말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최근 지정감사로 지정된 저축은행업계의 불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최근 3년 간 임원 문책이나 직무정지의 요구를 한 번이라도 받은 경우에도 지정감사를 받게 돼 규정이 엄격한 편"이라며 "금감원이 나서서 현실적인 금액으로 감사를 받을 수 있도록 회계법인과 저축은행 업계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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