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성애 정서 심한 중동·아시아 사업 확대 걸림돌 될 수 있어"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커밍아웃(동성애자 공개)' 선언이 향후 애플의 성장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은 중동·아시아 등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쿡의 게이 선언이 장기적으로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쿡의 공개 선언이 나온 이후 미국 실리콘밸리 유력인사들은 잇따라 그의 용기를 칭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국 밖으로 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애플 매출의 60%는 미국 밖에서 나온다.
팀 쿡의 블룸버그 기고가 나오기 하루 전인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이란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완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이란에는 애플 매장이나 협력사가 없다.
CNBC는 그러나 애플의 이란 진출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이란에서 동성애는 엄격히 금지된다. 심한 경우 사형에 처해지기도 한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CEO를 두고 있는 외국 기업에게 이란인들이 우호적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애플은 내년 초 두바이의 유명 소핑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애플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도시 두바이는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동성애는 불법적인 범죄행위로 간주된다.
러시아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애플은 러시아에서 16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그런데 러시아 정부는 강력한 동성애 통제정책을 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시행한 러시아의 반동성애법은 국제 인권단체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러시아와 문화권을 같이 하는 구소련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애플이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는 중국 역시 동성애에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들어서야 동성애를 '정신 질환' 목록에서 제외했다.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팀 쿡의 성(性)적 기호가 그의 주장대로 '사생활'인 것은 분명하지만 많은 해외 소비자들이 이를 애플의 이미지 및 제품과 연결시키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쿡의 동성애 선언이 애플의 중국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
CNBC는 "쿡의 게이 선언이 용기 있는 발언임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그가 운영하는 애플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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