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이 거세지면서 금융기관 협회장 자리도 하나 둘 민간인 출신들이 차지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대부분 퇴직 관료들이 선임돼왔던 손해보험협회장에 지난달 초 LIG손해보험 출신의 장남식 회장이 취임한 데 이어, 내달 바뀔 은행연합회장과 내년 1월 임기 만료인 생명보험협회장도 민간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관피아 논란으로 금융협회장 후보에 관료출신 인사들이 배제되면서 인력풀이 민간 출신으로 좁혀진 데 따른 현상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은행연합회ㆍ생명보험협회ㆍ손해보험협회ㆍ금융투자협회ㆍ여신금융협회ㆍ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 협회장 중 금융투자협회 1곳만 제외하고 나머지 5곳 모두 관료 출신들이 장악했다. 그러나 내년 초엔 여신금융협회(김근수 회장ㆍ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와 저축은행중앙회(최규연 회장ㆍ전 조달청장)만 관료 출신이 수장을 맡게돼 관피아가 순식간에 소수파로 전락하게 된다.
민간출신 협회장이 선임됐다고 마냥 반길 수 있을까. 협회장은 업계 간 화합을 도모하는 동시에 업계와 당국간 정책 조율을 통해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자리다. 무엇보다 당국과의 유기적 관계가 중요하다. 공공성이 강한 금융사들은 더욱 그렇다. 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하는데 급급해 당국과 대립각을 세워 일을 그르치는 협회장들도 종종 눈에 띤다. 규제 산업인 금융에서 감독당국과의 소위 '연줄'을 무시할 수 없다.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관료의 속성과 시스템을 잘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내심 관료 출신의 '힘있는 인사'가 오기를 바라는 협회도 적지 않다. 모 협회의 상무는 "금융업의 특성상 정부와 조율할 일이 많아 관료 출신을 기대하는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관료 출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만만찮지만, 밑도 끝도 없이 관료 출신을 배제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판단할 일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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