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지난주 러시아 방문 중 서명한 40여건의 협력문서는 양국 관계가 어느 때보다 돈독해지고 있음을 과시하기에 충분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서방이 밀어낸 러시아를 중국이 본격적으로 끌어안고 있다며 이는 새로운 중·러 협력 시대의 서막이 올랐음을 의미한다고 최근 분석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대대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내놨던 1979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당시 소련의 40%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0년 중국의 GDP는 러시아의 4배를 넘어섰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의 교역은 꾸준히 증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으로 처음 취임한 2000년 10억달러(약 1조595억원)에도 못 미쳤던 중국의 대(對)러시아 수출은 지난해 530억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러시아의 대중 수출도 60억달러에서 400억달러로 늘었다.
러시아의 경제상황은 옛 소련이 붕괴한 1991년 이후 최악을 맞고 있다. 루블화는 최근 달러당 40.84루블까지 떨어지면서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루블화 방어에 필요한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4540억달러로 4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의 주요 돈줄인 원유 가격마저 추락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학자 세르게이 구리예프는 최근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문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푸틴 정부는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최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aa2'로 한 단계 더 내렸다.
그러나 비즈니스위크는 경제위기에도 러시아의 내부 결속력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지적했다. 현지 여론조사 업체 레바다센터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지지도는 86%로 역대 최고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그로 하여금 대중 협력관계를 강하게 밀어붙이게 만드는 힘이 되고 있다. 리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지난주 양국 간 가스공급 사업 협정에 서명했다.
지난 5월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과 국영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앞으로 30년 동안 400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 계획에 합의했다. 합의가 발효되려면 정부 차원의 협약이 필수적인데 양국 총리가 협약에 공식 서명한 것이다.
러시아는 중국에 최신 무기도 내다 팔기로 결정했다. 러시아는 중국에 S-400 미사일과 수호이-35 전투기 등 최첨단 무기들을 대거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러시아는 중국에 일부 무기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최첨단 무기 수출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러시아는 경제난 타계를, 중국은 군사력 확충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양국은 25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도 체결했다. 이로써 달러·유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러시아는 풍부한 위안화 유동성을 공급 받게 됐다. 중국은 중국대로 위안화 국제화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