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를 계기로 환풍구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일단 안전점검을 진행하며 경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19일 "환풍구를 특정한 건축기준은 없지만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 건축물의 구조설계 원칙과 설계하중 등을 정하고 있다"면서 "모든 건축물을 법률로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장 상황에 따라 전문가들이 판단해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7일 도로, 공원, 광장, 건축물 대지내 공지에 설치된 환기 구조물과 채광창 등에 대해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시·도 등 관계기관에 지시했다"면서 "우선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풍구 과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서 모든 지하역사, 연면적 2000㎡ 지하도상가 등을 신축할 때 환기설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설비의 용량기준 등에 대한 기준은 있지만, 환풍구 철제 덮개의 강도나 안전펜스 설치 등에 대한 규정은 없다.
지하 수십미터 깊이까지 뚫려 있는 환풍구가 접근하기 쉬운 대로변에 방치돼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17일 사고가 발생한 환기구의 깊이도 18.7m였다. 계단식으로 된 이 환풍구는 턱이 1m 높이여서 관객들의 올라서기 쉬웠다. 환풍구 안에는 낙하를 막아주는 보호물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일부 지하철 환기구의 경우 인도와 같은 높이로 설계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충분한 하중을 견딜 수 없는 환기시설이 누구나 쉽게 올라설 수 있는 높이에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관련법이나 규정에 환기시설에 대한 안전규정이 없어 시행사가 알아서 설계하고 시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과거에도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규정이 미흡해 정책 당국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산에선 생일축하 파티를 하던 고교생이 지하 6층 깊이의 백화점 환풍구 밑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목숨을 잃었다. 2009년엔 경기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이가 환풍구 지붕이 깨지면서 10m 깊이의 지하주차장으로 떨어져 크게 다치기도 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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