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부처 방역 엇박자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이달 들어 우리나라에서 각종 국제회의가 연이어 개최되면서 에볼라 발병국에서 입국한 22명이 국내에 체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기니 등 3개 에볼라 발병국 출신은 22명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7일까지 환경부 주최로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된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 기니 15명과 시에라리온 2명, 라이베리아 3명 등 20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앞서 지난 8월11일 입국 직후 실종됐던 2명의 라이베리아인도 난민을 신청하면서 국내에 머물고 있다.
에볼라 발병국의 입국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오는 20일부터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부산에서 개최되는 'ITU 전권회의'에는 기니 18명, 시에라리온 9명, 라이베리아 6명 등 33명이 입국할 예정이다.
하지만 부처간 업무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국내 방역은 곳곳에서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라이베리아 출신 2명이 국내 입국 후 행방불명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의원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입국자 2명이 실종된지 이틀만에 질병관리본부는 법무부에 이들에 대한 소재파악을 긴급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려다 범무부가 "업무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하면서 협조가 불발됐다.
또 이들이 행방불명된 후 열흘이 지난 21일에야 관계부처 회의에서 에볼라 실종대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 직후 보건소와 경찰청간 협조체계 구축을 통한 실종된 라이베리안 입국자들을 찾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또 주요 에볼라 발생국 입국자 가운데 개인정보가 명확하지 않으면 입국을 보류하겠다는 내용도 나왔다.
하지만 이들 라이베리아 입국자는 실종 11일만에 스스로 목동 출입국관리소를 찾아 난민신청을 했다. 이후 질본은 이들을 임시 격리 조치하고 감염 검사를 실시, 증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 질본은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이들 라이베리아인을 초청한 업체에 대한 고발을 요청했지만, 방역 업무를 방해한 증거자료가 없어 조사가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사태 진전에 맞추어 검역관리체계를 강화했지만, 사실은 연거푸 헛발질만 계속한 것"이라며 "만약 입국 시 감염증상이 없어 검역조사를 통과한 에볼라 감염 보균자가 국내 체류 기간 중 감염증상을 나타낼 경우, 에볼라 감염이 확산될 위험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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