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최근 평양시에 정전이 지속되면서 충전기를 배낭에 지고 다니면서 충전하는 주민들이 나타나고 장마당에서는 태양열 충전기가 50달러 이상의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전력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전력 사정이 악화하면서 평양시의 정전이 잦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전기가 공급되는 중구역 등으로 ‘충전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현재 평양 중심 구역을 제외한 기타 지역에는 하루 2~3시간 전기가 공급되는데, 미처 충전시키지 못한 주민들은 배낭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충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밤이 되면 대동강 구역 주민들은 배낭에 조명용 충전지와 텔레비전, 녹화기 등을 볼 수 있는 충전지를 가지고 친척이나 아는 사람의 집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태양열 충전기 수요가 급증해 현재 장마당에서 12V짜리 중국산 태양열 충전기는 50~70달러에 팔리고 있다.
이 충전기는 햇빛에 두면 자동으로 전기에너지를 축적했다가 손전화(휴대폰)와 노트텔과 같은 저전압 전기기구에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상인들과 직장인들이 필수로 넣고 다니고 있다.
이 같은 '태양열 충전기(Solar Power Pack)'는 한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팔리고 있는데, 손전화용 충전기는 약 50유로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냉동기와 전기 밥가마와 같은 전력 소비가 큰 기구들은 대체 전원이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전체 전력생산의 약 63퍼센트를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에서 최악의 가뭄으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월초에는 수도 평양에서도 사흘동안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궤도전차가 정지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걸어서 출퇴근하는 등 수백만명이 불편을 겪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긴급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또 평양-무산행과 평양-두만강행 등 특급 열차들도 1주일에 한 번꼴로 운행되고, 1열차인 평양-신의주 행 열차는 15시간 이상 연착되어 겨우 운행될 만큼 철도 상황도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100년 만에 닥친 '왕가물'로 전반적인 수력발전소 저수지들의 수위가 낮아져 전력생산에 지장을 주고 있다며 전력생산과 전기절약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4년 세계발전지표(World Development Indicators)’에 따르면 북한의 전기 총생산량은 2011년 기준으로 216억 kWh로 같은 기간 한국의 전기생산량(5210억 kWh)의 4%에 그쳤다.북한에서 전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주민은 전체인구의 26%에 불과하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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