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김종인 청와대 전 경제수석은 '아베노믹스'의 실패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초입에 들어선 1993년 무제한 돈풀기의 반복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수석은 최근 한 대학에서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면서 1993년 일본이 경기사이클상 불황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려 막대한 자금을 풀었지만 결국 디플레이션을 벗어나지 못했고 현재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도 이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수석에 따르면 1993년 일본 대장성은 1000억달러 경기부양자금을 풀었다. 이후 10년간 1조달러를 퍼부었다. 고질적인 구조적 경제문제를 경기순환적 침체로 오판하면서 일단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면 경제가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막대한 돈을 풀다보니 일본 국가채무는 1993년 GDP 대비 73%였지만 현재는 250%에 달하고 있다.
일본은 당시 금리도 대폭 낮췄다. 1985년 플라자협정 체결 후 일본은 물론, 독일 등도 통화가 50%이상 평가절상됐는데 독일은 기업들의 자체경쟁력을 키우는데 집중한 반면 일본은 금리를 인하해 기업 가격경쟁력을 높여준 셈이다. 특히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다른 나라들은 낮췄던 금리를 대부분 원상회복했지만 일본은 예외였다. 그러다 보니 주식과 부동산으로 돈이 몰려 버블이 발생했고 기업들은 초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생산시설을 늘렸지만 글로벌 경제수요가 위축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부터 완전히 기업경기가 꺽이게 됐다.
김 전 수석은 "일본이 아베노믹스로 잠깐 경기부양 효과를 본 후 최근 다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같은 과거의 잘못된 정책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베노믹스는 세가지 화살(3종 신기)을 목표로 하지만, 이 세가지 화살은 동시에 이룰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자본시장 개방, 환율, 독립적인 통화정책이 그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먼델-플레밍 모형'에서 이 세가지가 함께 충족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선 아베 총리는 인플레이션을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대량으로 찍어내고 시장금리도 낮게 유지하고 싶은데 이러면 엔화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엔화 가치가 떨어저야 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더이상의 엔저를 원치 않는다면 아베노믹스의 최대 목표인 디플레이션 탈출이 어렵다. 쌓이고 쌓이는 경상수지 적자 역시 문제다. 경상수지 적자 추세가 고착화되면 일본은 모자라는 외화를 빌려와야 한다. 경상수지 적자 역시 통화가치 약세를 불러올 수 있다. 결국 아베노믹스의 통화정책은 강력한 경기부양책임에 틀림이 없지만 지나치게 극단적인 모험이기도 한 셈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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