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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시진핑 열전]엔低노믹스는 '신의 한탕'…부메랑 돌아올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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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아베

소비세 인상으로 고꾸라진 GDP
가계소비 줄어 경기 회복세 둔화
살짝 살아난 경제에 찬물 끼얹어

[아베-시진핑 열전]엔低노믹스는 '신의 한탕'…부메랑 돌아올수도 헬리콥터 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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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1.백발의 원로교수가 중앙은행 총재를 '새'에 빗댔다. '지저귀지 않는 카나리아 새'라고 했다. 아베노믹스를 설계한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교수다. 그는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BOJ) 총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 일본 경제가 거덜 났다고 쏘아붙였다. 돈을 풀지 않고 쭈뼛쭈뼛하다가 결국 디플레이션을 맞았다는 거다. 그는 강력한 양적완화정책을 추진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고 엔저를 유도해 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핏대 세워 말한다. 그리고는 구로다 하루히코 당시 아시아개발은행 총재를 일본은행 수장으로 아베 신조 총리에게 천거했다.

#2.'아베(Abe)+아마겟돈(Armageddon)=아베겟돈'. 아베신조와 아마겟돈(지구 종말 최후의 전쟁터라는 뜻)을 합성한 말이다. 알렉스 프리드먼 UBS 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처음 입에 올려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프리드먼 CIO는 "자산가격은 급등하지만 실질 성장은 없는 스태그플레이션인 시나리오가 일본에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아베겟돈'이라고 이름지었다. 그는 아베겟돈 상황이 닥치면 일본 부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급속히 확대돼 일본 국채 시장으로부터 자금의 이탈이 쇄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지도 벌써 1년 반이 흘렀다. 명과 암을 두고 의견이 팽팽히 갈리지만 아베노믹스는 현재진행형인 실험이다. 화폐를 마구잡이로 풀어 물가를 띄우고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는 한편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세 가지 화살'을 기본 축으로 한다. 출범 초기 정책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여론이 많았다. 숫자가 눈으로 나타났다. 80엔대로 떨어져 있었던 엔·달러 환율은 110엔대를 쳐다보고 있고, 일본 증시 닛케이지수는 50% 넘게 폭등했다.

그러나 서서히 역풍이 몰아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본 경제가 가당치도 않은 부양책 때문에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속을 살펴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어 '수상개화(樹上開花)'라는 지적이다. '가짜 꽃으로 꾸미는 전략'처럼 천문학적인 정부부채를 뒤에 숨기고, 주가와 환율에 의지한 아슬아슬한 경기부양책을 펼치면서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세 가지 정책목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다.


◆'신의 한수(?), 엔저'= 2013년 4월, 구로다 하루히코가 일본은행 총재가 된다. 그는 일본 재무성 차관보로 일하면서 공격적인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저를 주도했던 인물답게 취임 당시 "2년 내에 2%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천명했다.


구로다의 취임과 함께 일본중앙은행은 전무후무한 규모로 화폐윤전기를 돌리기 시작한다. 이른바 '2·2·2 정책'이다. 물가상승률을 2년 내 2%로 끌어올리기 위해 국채 보유 잔고를 두 배로 늘렸다. 장기국채 중심의 매입도 단행했다. 3년 수준인 일본은행 보유 국채 잔존 만기를 7년으로 확대했다. 일본 정부에 '장기간' 돈을 퍼주고, 풀린 통화가 시장에 보다 '장기간' 유통되도록 한 조치다. 구로다는 자신의 정책을 '양적·질적 완화 정책'이라고 소개했다.


환율이 가장 빨리 반응했다. 엔화 가치는 아베 총리의 조기 총선 결정 당일부터 추락했다. 아베 총리 취임 당일인 2012년 12월26일 85.35엔에 머물렀던 엔·달러 환율은 6개월 뒤 97.38엔으로 올라섰고 취임 1년차를 맞은 12월26일 104.76엔을 기록, 100엔대를 돌파한 이래 가파르게 뛰어 29일 종가 기준 109.34엔으로, 110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마찬가지다. 1만6310.64로 아베 총리 취임 전 2012년 12월25일(10080.12포인트)과 견줘보면 62% 급등했다. 급등한 환율이 수출기업들의 실적을 끌어올려줄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 급등을 이끌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도 같이 올랐다. 2012년 말 아베가 집권할 무렵 -1%로 떨어졌던 성장률은 2013년 3분기 2.0%로 뛰어올랐고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3년 11월 들어 1.5%로 높아졌다.


하지만 엔화약세의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상이윤의 증가 정도는 업종별, 자본규모별로 달랐다. 장기 저금리의 혜택을 본 부동산과 건설업, 금융보험업의 이익은 늘었지만 엔저로 수입원자재 가격 급증 직격탄을 맞은 전기가스, 음식숙박업은 오히려 이익이 크게 떨어졌다. 자본규모별로 양극화도 심했다. 10억엔 이상의 대기업 이윤이 급증하고 1000만엔 미만의 소기업 이윤은 떨어졌다.


수출기업들의 장부상 엔화 환산이익은 늘지만 수출물량이 늘어나는 효과도 미미했다. 일본 수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되레 급격한 엔저가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은행 부총재 출신 이와타 가즈마사 일본경제연구센터 소장은 적정 엔·달러 수준은 90~100엔이며 지나친 엔저가 교역조건 손실을 가져와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세 찬물 끼얹나= 아베노믹스가 지난 4월 단행한 소비세도 일본경제의 최대복병이다. 기껏 부양한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는 연말까지 추가 소비세 인상 여부(2015년 10월 8%→10%)를 결정해야 한다. 연말에 경기가 회복된다면 인상 결정을 해도 좋지만 경기가 안 좋으면 연기할 가능성도 높다. 앞서 2012년 8월 일본 여야는 5%인 소비세를 2014년 4월부터 8%, 2015년 10월부터 10%로 올리기로 하는 법안에 합의했다.


그렇지만 일본 정부는 이번 소비세 인상은 재정건전화(정부부채 감소)와 사회보장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른 세수증가분은 전액 사회보장 4대 경비(연금·의료간호·사회보장급부·저출산 대책)에 활용키로 했다.


당장 숫자를 보면 우울하다. 소비세 인상으로 1분기 6.1% 상승했던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 -7.1%(연율)로 돌아섰다. 소비자들도 연간 5조엔 규모의 추가 조세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소비세 인상은 가계소비 감소로 이어져 일본의 취약한 경기회복세를 둔화시킬 전망이다.


일본은 1989년 4월 소비세(3%)를 도입한 이후 1997년 4월 이를 5%로 한 차례 올렸다. 이후 일본 국민들은 디플레이션 등 경기악화를 경험하면서 소비세 인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1997년 하시모토 류타 일본 총리가 소비세 인상을 단행하자마자 성장세를 보이던 일본 경제는 둔화세로 전환됐다. 이듬해에는 자국 내 금융불안과 아시아 외환위기 등으로 -1.5%의 성장을 기록했다. 민간 소비도 소비세 인상 직후 각각 1.7%, 3.5% 줄어 일본 경기가 부진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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