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가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개편할 의지가 있긴 하는 걸까?".
안전행정부가 29일 오후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함께 개최하는 주민등록번호개선방안 공청회를 두고 나오는 소리다. 개편방안을 마련해 공청회까지 하겠다는데 왜 의지를 의심하냐고? 실제 공청회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의심스러운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무엇보다 정부는 아직까지도 현행 주민번호 체계를 개편할지 그냥 놔둘지에 대한 입장도 정하지 않은 상태다. 안행부 관계자들은 "공청회에서 논의될 안은 6개가 아니라 '현행 유지'를 포함해 총 7개"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차하면 그냥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 공청회가 자칫 하나마나한 전시성 행사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다. 실제 정부는 지난 2월 대통령 업무 보고에 주민번호 개편 검토 내용을 포함시켰지만 '마지못해' 떠밀린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공청회에서 논의되는 정책 대안이 6가지나 된다는 것도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기관이 공식적으로 정책 입법을 위해 개최하는 공청회의 경우 단일안 또는 2,3개안을 내놓은 후 '형식상'의 토론을 거치면서 정부안을 확정하는 것과는 무척이나 다른 모양새다.
이번 공청회가 끝이 아니라 오는 연말까지 한 차례 더 공청회를 열겠다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다. 정부는 게다가 아직까지도 모든 정책 추진의 기본인 '비용'에 대해서도 정확한 추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어떻게 정부의 주민번호 개편 추진 의지를 신뢰할 수 있겠나. 주민번호는 '효율성' 면에서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개인정보ㆍ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IT산업 발달과 더불어 개인정보 유출이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유발하게끔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 중 전국민에게 고유의 번호를 매기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되새겨 봐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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